말기 암환자 명의로 100억원대 땅 주인 행세를 하며 대출을 받으려 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땅 주인 몰래 은행에서 수십억원을 대출받으려 한 혐의(사기미수)로 박모(58)씨와 황모(53)씨를 구속하고 간암 말기환자인 또 다른 박모(60)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 등은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부동산 등기에 땅 주인의 이름과 주소만 기재돼 있는 땅만 골라 일당 중 한 명이 땅 주인과 같은 이름으로 개명, 자신들이 땅 주인인 것처럼 행세하며 금융기관에 토지를 담보로 40억원을 대출받으려던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1984년 7월 이전에는 부동산 등기신청을 할 때 주민등록번호 입력이 의무사항이 아니었다는 점을 악용해 등기부등본에 주민등록번호가 적혀 있지 않은 땅을 물색해 범행대상으로 삼았다. 이들은 경기 화성시의 공시지가 기준 100억원대에 이르는 15만㎡ 규모 토지를 발견해 땅 주인과 성이 같은 간암 말기 환자 박씨를 찾았다. 박씨는 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이들에게 억대 사례금을 약속 받고 지난해 8월 땅 주인의 이름으로 개명했다.
대출에 필요한 주민등록초본 위조까지 마친 이들은 6월 29일 제2금융권인 캐피탈 회사에 땅을 담보로 40억원대의 대출 계약을 체결하려 했다. 그러나 당시 주민등록초본 발급 날짜가 계약 당일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미리 알지 못해 계약은 불발됐다.
이후 이들은 또 다른 70대 노인을 섭외해 같은 수법으로 경기 안양시의 한 은행에서 대출 사기 범행을 벌이려고 했지만, 이 노인이 약속된 금액보다 더 많은 돈을 요구하며 다시금 범행을 실패했다.
경찰은 지난 2일 세 번째 대출 사기를 시도하려던 박씨 등을 잠복 끝에 현장에서 체포했다. 경찰은 일당에게 지시를 내린 총책 ‘황사장’의 뒤를 쫓는 한편 또 다른 공범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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