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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 꽈당' 여자친구, 어젯밤 무슨 꿈 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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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 꽈당' 여자친구, 어젯밤 무슨 꿈 꿨니?

입력
2015.09.1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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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대에 '벼락스타'는 사라졌다고 말한다. 체계보단 임기응변에 많이 기댔던 1990년대 이전, '야생'의 시절에서나 쓰였던 옛말로 취급된다.

실제로 온라인·모바일로 옮겨진 플랫폼 전쟁에서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한 달에 수백·수천 곡이 쏟아지는 가운데 실시간 음원차트를 대응하자면 철저히 계산된 마케팅이 성패의 열쇠를 쥐고 있다. 노래만 좋으면 한순간 밀리언셀러에 올랐던 음반 시대와 온도 차이가 있다. 스토리의 틀을 짜고 멤버별 캐릭터를 만들면서 서서히 팬층을 늘려가는 방식이다. 그만큼 치밀한 전략과 조직적 인력이 판을 주무르고 있다.

하지만 모든 공식을 비웃기라도 하듯 걸그룹 여자친구의 최근 행보는 이례적이다. 비에 젖은 무대에서 여덟번 넘어져도 벌떡 일어났던 한 지방 공연 일화로 뜨거운 조명을 받고 있다. 인지도 측면에서 7주간 음악 방송에서 활동했던 것보다 더 큰 효과를 얻었다. 우스갯소리지만 여자친구를 두고 '그 전 날 밤 무슨 꿈을 꿨길래'라는 말이 적잖게 들리고 있다.

■7주보다 강렬한 5일

여자친구는 지난 1월 데뷔한 따끈따끈한 6인조 신인 걸그룹이다. 7월 발매한 '오늘부터 우리는'의 방송 무대 활동은 7주간 펼쳐졌다.

다른 가수들보다 2배 가까운 기간이다. 그만큼 이번 앨범에 대한 전투적인 투자가 동반됐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무도' 음원, 걸그룹 대전 속에서도 꾸준히 차트 20위권을 유지하면서 존재감을 알렸다. 멤버 유주는 MBC '복면가왕'을 통해 남다른 가창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어리지만 실력있는 걸그룹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며 나름대로 성공을 거둔 앨범으로 평가됐다.

'잭팟'은 활동을 끝낸 시점에서 터졌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폭우가 쏟아졌던 지난 5일 한 지방 라디오 공개방송 무대에서 여덟번 넘어졌지만 끝까지 무대를 마친 사연이었다.

이른바 글로벌 스타가 됐다. 미국·영국·일본·중국·프랑스·멕시코 등 세계 각지의 언론에서 여자친구를 비중있게 다뤘다.

객석에서 팬이 찍은 '직캠' 영상은 4일 만에 300만뷰를 넘어섰다. '오늘부터 우리는'은 각종 음원차트에서 역주행하며 10일 멜론 실시간차트 9위까지 올라섰다. 다시 무대 활동을 이어가라는 목소리까지 커지고 있다. 공을 들인 7주보다 더 강렬한 5일을 보낸 셈이다.

■기적의 샘플

여자친구의 이같은 행보는 싸이와 EXID의 추억과 맞닿는다.

'직캠'과 '역주행'의 대명사는 EXID로 통한다. 지난해 8월 발표한 '위아래'는 멤버 하니만 집중해서 담은 '직캠' 영상으로 뒤늦게 빛을 봤다. 앨범 활동을 마친지 5개월이 지난 상황에서 차트에 다시 진입하더니 끝내 1위에 오르는 기적을 이뤘다. 노래 제목도 잘 알려지지 않은채 잊혀질 뻔한 노래가 '직캠'의 힘으로 히트곡이 됐다.

싸이 역시 예상치 못한 계기로 '월드스타'가 된 경우다. '강남스타일'의 뮤직비디오는 기획 초기부터 무작정 한 번 웃겨보겠다는 심산으로 제작됐다. 하지만 유튜브를 통해 전세계로 퍼지더니 상상조차 못했던 일들이 벌어졌다.

전세계 각지에서 패러디 영상이 쏟아지면서 100일만에 조회수는 5억을 돌파했고 외신들도 싸이와 '말춤' 신드롬을 사회 현상으로 조명했다. 먼 곳처럼 여겨졌던 빌보드차트에선 2위까지 올랐고 미국과 유럽 등지의 대형 시상식에서 싸이는 섭외 1순위로 꼽혔다. 유수의 세계적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꿈만 같은 시절을 보냈다.

■배신 않는 땀

계산되지 않은, 예상하지 못한 큰 성공이라서 우연과 행운으로 평가되진 않는다.

EXID는 기획사 내홍, 멤버 교체 등으로 데뷔 이후 줄곧 힘든 시절을 보냈다. 불안한 입지 속에서도 포기 하지 않았다. '땀은 배반하지 않는다'라는 말처럼 힘든 상황일수록 춤과 노래에 매진했다.

싸이 역시 한순간에 나온 결과물은 아니었다. '새' '챔피언' 등 공연 무대에서 10년 넘게 꾸준히 자신만의 색깔을 갈고 닦아왔다.

이제 막 데뷔 원년인 여자친구에겐 비교적 빨리 받게 된 박수다. 하지만 데뷔와 두 장의 앨범을 내기까지 여자친구가 흘린 땀도 적은 양이 아니었다. 연습 도중 무릎이 다쳐 피가 흐를 때도 이를 악물었다. '오늘부터 우리는'의 격렬한 안무를 소화하려면 무릎보호대는 필수였다.

미국 타임지는 쓰러져도 금세 다시 일어나는 여자친구를 가리키며 "당신이 뭘 하든 끝까지 할 수 있도록 힘을 줄 것"이라고 박수를 보냈다.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견디고 이겨낸다면 빛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어린 소녀들이 알려줬다.

심재걸 기자 shim@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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