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헌트, 스코필드 등 한국 ‘추억의 패션 상표’가 중국 진출 19년 만에 연간 6,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이랜드그룹에 따르면 1990년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유행하다 저렴한 이미지와 소비자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디자인 등으로 국내에서 외면당한 이랜드가 지난해 중국에서 4,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06년 국내 사업을 완전히 철수한 지 9년, 중국에 진출한 1996년 이후 19년 만이다.
이랜드그룹의 중국 법인인 이리엔(衣戀)에 따르면 중국 중?상류층를 공략해 고급 이미지를 전략으로 내세운 이랜드는 현재 중국 10∼20대가 가장 선호하는 상표로 꼽힌다.
1990년대 젊은 남성층을 주고객으로 출시했지만 시장의 외면을 받은 스코필드 역시 정장 한 벌에 70만원을 호가하는 가격에도 지난해 2,000억원 상당을 팔았다. 스코필드는 지난 2005년 국내에서 철수했으며, 중국 진출은 올해로 14년째다.
이랜드그룹은 1997년 중국 진출 당시 연간 25억원의 매출을 내는데 그쳤다. 그러나 이랜드, 스코필드 같은 상표의 고급화 전략에 공을 들이며 지난해에는 총 2조5,000억원의 매출을 냈다. 이리엔의 연간 매출은 2012년 2조원에서 2013년 2조3,000억원, 지난해 2조5,000억원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에서 대표적인 중저가 상표 실패 사례로 꼽히는 이랜드의 옷이 중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원단부터 매장 이미지까지 모두 과감히 개선해 일고급화 전략에 집중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인이 좋아하는 붉은색으로 이미지를 표현하고, 중국 정부관계 기관과 초청 강의 등을 통한 꾸준한 관계 형성도 도움이 됐다고 이랜드그룹 측은 전했다.
허재경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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