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
투자자들 퇴로 막힌 사면초가
증권사들 '투자권유 금지' 잇따라
올들어 펀드수익률 -31%로 악화
"헤알화 추가 하락 전 손절매해야"
"매매 타이밍 기다려라" 의견 팽팽
‘차이나 쇼크’에 잔뜩 움츠러든 국내 재테크 시장에 이번엔 브라질발 강펀치가 날아 들었다. 추락을 거듭하던 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이 10일 끝내 ‘투기등급’으로까지 강등되면서 브라질 관련 투자자산의 추가 가치 하락은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그간 지속된 마이너스 수익률에 이미 ‘물려 있던’ 국내 투자자들의 추가 손실 가능성도 높아졌지만 딱히 탈출구를 찾기도 어려운 처지다. 한동안 브라질 국채 등을 적극 권유했던 증권사들도 이제는 앞다퉈 브라질 관련 상품을 ‘투자권유 금지’로 지정하고 판매 자제에 나섰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이날 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을 직전 ‘BBB-’에서 투기등급인 ‘BB+’로 강등했다. S&P는 ▦재정 악화 ▦정치권 혼란 ▦예상보다 나쁜 세계 경제 상황 등을 강등 이유로 들며 향후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바꿨다. 조만간 무디스, 피치 등 다른 국제신용평가사들의 연쇄 등급 강등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브라질 신용등급 추락은 한때 ‘브라질 열풍’에 휩쓸렸던 국내 투자자들에게 충격일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인기 상품이었던 브라질 채권은 2011년부터 10%를 웃도는 만기 약정금리와 비과세 혜택(한국-브라질 간 국채 비과세 조세협약)을 호재 삼아 증권사들의 적극 추천 속에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 큰 인기를 모았다. 이런 열풍은 국내외 저금리 기조를 타고 작년까지 지속돼 지난해 말 기준 해외채권 판매잔액 7조8,000억원 가운데 브라질 국채 잔액이 5조8,000억원에 달했을 정도다. 브라질 국채 투자자의 90% 가량은 개인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고속 성장하던 브라질 경제가 국제 원자재가 급락 등 여파로 휘청거리면서 통화(헤알화) 가치는 물론, 브라질 관련 자산 전반의 가치가 올 들어 날개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2010년 7월 690원에 달하던 원ㆍ헤알화 환율은 지난 4일 사상 최저인 312.58원까지 급락했다. 국채 수익률이 연 10%라 해도 환 손실을 감안하면 환율 고점에서 투자한 평가손실은 50% 이상으로 추정된다.
브라질 펀드 투자자 역시 추가 손실을 감내해야 될 상황이다. 브라질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31.05%, 최근 3개월 수익률이 -22.73%에 이를 정도로 악화됐다. 펀드 설정액도 최근 1년 새 115억원이나 빠져나갔다. 또 삼성증권,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국내 증권사들은 브라질 신용등급이 강등되자 재빨리 브라질 채권을 ‘투자권유금지’로 지정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앞다퉈 투자 권유를 하던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국가 신용등급이 투기등급까지 떨어지면서 향후 채권가격 추락은 물론, 추가 환율 절하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신환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가적인 헤알화 가치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300원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채권가격이 크게 떨어진 지금을 저가매수의 기회로 삼는 게 어떠냐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 대다수는 당분간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유나 동부증권 연구원은 “브라질 재정과 정치가 맞물린 악순환 구조가 지속될 수 있는 만큼 적어도 내년까지는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원금이 반토막까지 난 투자자들의 경우 손절매도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조차 “브라질은 기본적으로 경기 여건이 나쁜 데다가 주력 수출품목인 원자재 가격 하락세가 겹쳐 신흥국 국가 중 가장 안 좋은 수준인 만큼 손절매해야 한다”(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 “최악의 경우라도 디폴트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만기보유로 연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섣불리 평가손실을 확정하기 보다는 더 나은 매매 타이밍을 기다리길 권한다”(나정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등으로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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