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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軍 수사로만 안 될 이유 확인해 준 허 일병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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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軍 수사로만 안 될 이유 확인해 준 허 일병 사건

입력
2015.09.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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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정권의 대표적 군 의문사인 ‘허원근 일병 사건’이 영원히 의문사로 남게 됐다. 대법원은 허 일병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사인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다. 대법원은 “허 일병이 다른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사망했다고 보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자살로 단정해 타살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현재 남은 자료로는 사인을 규명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사건은 1984년 강원 화천군 육군 7사단에서 복무하던 허 일병이 3발의 총상을 입고 숨지면서 불거졌다. 당시 군 당국은 자살로 결론지었지만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타살됐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이후 유족이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는 타살로 판단했으나 항소심에서는 자살이라고 뒤집었다. 조사 시기와 기관에 따라 판결이 엇갈리면서 관심이 증폭됐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부실수사를 한 군 수사당국의 책임을 분명히 했다. 허 일병의 사망 원인을 규명하지 못한 이유가 당시 헌병대가 수사기관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가가 유족에게 3억 원을 지급하도록 원심 판결을 확정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이 사건이 30년간 의문사로 남은 데 대해 유족의 고통을 위로해야 한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군내에서 일어난 의문사는 군 주도로 수사가 진행돼 유족들이 수사 결과를 인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폐쇄적인 군의 특성상 군기사고 축소와 조작, 은폐 사례가 근절되지 않는 탓이다. 지난해 발생한 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사건도 같은 부대에 근무하는 병사의 제보가 있었기에 드러나게 됐다. 부대 내 사고는 인사고과에서 감점요인이 돼 지휘관의 군 생명과 직결된다. 특히 사망사고는 옷을 벗을 수도 있는 중대 사건이어서 축소, 조작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군 복무 중 사망자는 연 평균 126명이다. 자살로 분류된 경우가 절반이 넘고 나머지는 안전사고와 폭행 등이다. 하지만 자살이나 단순사고로 처리된 사망 사고의 사인이 의심스러운 경우가 적지 않다.

군내 자살이나 의문사 사건 조사를 군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의문사 조사를 전담하는 기구를 구성하거나 수사 과정에 외부 인사를 포함시켜 객관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한시적으로 활동했던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를 부활해 상설화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국가의 부름을 받고 복무한 장병들의 죽음과 유족들의 호소는 국가가 가장 귀 기울여야 할 사안이다. 억울하게 순직한 병사들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건 유족이 아닌 군이 앞장서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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