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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핵·반전' 전하는 그림 속 소녀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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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핵·반전' 전하는 그림 속 소녀 아시나요

입력
2015.09.10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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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재가동·안보법안 강행 보며 일본 잘못될 것 같아 불안 느껴"

사람들 관심 환기 위해 작품집 내

고엽제가 빚어낸 아픔을 표현하고 있는 나라 요시토모의 작품
고엽제가 빚어낸 아픔을 표현하고 있는 나라 요시토모의 작품
머리를 양갈래로 딴 소녀가 '핵 반대(No Nukes)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서 있는 모습을 담은 나라 요시토모의 작품
머리를 양갈래로 딴 소녀가 '핵 반대(No Nukes)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서 있는 모습을 담은 나라 요시토모의 작품

성난 얼굴이 그려진 폭격기, 핵무기 반대 플래카드를 들고 머리를 양 갈래로 딴 소녀의 심각한 표정, 히로시마 원폭의 섬광이 비치는 눈동자….

귀여운 소녀들 그림으로 유명한 세계적 팝아트 작가 나라 요시토모(56ㆍ奈良美智)의 최근 작품들이다. 종전 70년을 맞은 일본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안보법안 처리가 임박한 가운데, 반전 메시지를 상징하는 그의 그림들이 조명을 받고 있다. ‘NO WAR!’ 작품집에 담긴 그림들이 국회 앞 시위현장의 피켓으로 등장하는가 하면, 사회연결망서비스(SNS)에선 그의 삽화들이 유행처럼 공유되고 있다. 작품엔 어린이들이나 동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핵무기 반대’‘교도소 가미카제’같은 작품을 보면 팝아트와 참여미술 사이의 경계가 모호하게 느껴진다. 천진난만하거나 반대로 섬뜩한 표정의 어린이가 메시지를 한층 뚜렷하게 전달한다.

나라 요시토모(56ㆍ奈良美智)
나라 요시토모(56ㆍ奈良美智)

나라는 12년간의 독일 생활을 통해 반전사상을 예술적으로 승화하는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그는 노숙자 자립을 돕는 잡지 ‘빅이슈’일본판 인터뷰에서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잘못된 과거를 반성하려는 노력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일본의 현실과 지금도 과거를 참회하는 역사기념비가 새로 세워지는 독일의 차이를 더욱 심각하게 생각하게 됐다”며 평화와 반전을 주제로 한 작품을 그리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작품 중 ‘미싱 인 액션’은 전쟁 중 없어진 부모를 찾는 아이의 비극, ‘에이전트 오렌지’는 고엽제가 빚어낸 아픔을 표현한 것”이라며 “일본 제국주의 시절 대만에서 전쟁에 나서는 은사를 배웅하다 사고로 숨진 소녀의 실화도 작품에 담았다”고 덧붙였다.

나라는 최근 허핑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같은 전범국가 독일과 일본을 비교하기도 했다. “독일에 가서 가장 놀란 것은 독일 사람들은 자신이 과거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는 의식을 당연하게 받아들였고, 거리 마다 과거 잘못을 반성하는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는 사실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에서는 이런 반성을 ‘자학사관’이라며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라며 “하지만 독일은 진정한 반성을 통해 이웃 국가의 마음을 얻고 유럽에서 가장 신뢰받는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2차대전 이후 일본의 경제부흥도 전쟁에 의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1950년대 독일은 물론 미국 주도의 마샬플랜을 통해 재건의 기틀을 다졌지만, 일본에 비하면 자력으로 복구한 부분이 많다”면서 “일본 경제부흥은 한국전쟁이나 베트남전쟁 덕분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전반대 대열에서도 상징적 존재다. 그가 그린 ‘NO NUKES’작품집은 시위현장의 플래카드로 이용된다. 반핵 작품집 발간 배경에 대해 “동일본 대지진과 원전사고를 겪고도 중단된 원전을 재가동하는 것이나 안보법안 강행 처리 같은 현 정부 정책을 볼 때, 이대로라면 일본이 이상하게 돼버리지 않을까 불안감을 느꼈다. 그래서 보다 많은 사람의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광고 기법을 사용한 그림집을 냈다”고 말한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사람들은 국가가 말하는 것과 실제로는 다른 상황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국민들 자신이 홀대 받고 있다는 느낌을 점점 알게 됐다”고 했다.

나라는 2013년 아베 정권의 특정비밀보호법 추진 당시에도 작곡가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 소설가 무라카미 류(村上龍) 등 일본을 대표하는 문화예술인 89명과 법안폐기 활동을 펼쳤다. 일본 정부가 자위대 해외파병의 길을 활짝 연 안보법안을 추진하면서 나라를 비롯한 일본 내 반전평화세력의 저항도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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