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유(왼쪽)와 박명수가 지난 8월 진행된 MBC '무한도전-영동고속도로 가요제'에서 함께 무대를 꾸미고 있다. OSEN
콜라보레이션, 이종교배의 전성시대다.
지난해 소유·정기고의 '썸'으로 촉발된 가요계 콜라보레이션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단순히 가수끼리 듀엣곡을 부르는 수준을 넘어 방송, 미술 심지어 회사간 협업의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브랜드간 합작을 뜻하는 'X'라는 표시가 광고나 젊은층에서 유행처럼 쓰일 정도다. 여전히 음원차트의 상위권 가수명에는 'X'가 대다수 들어가있다. 끝이 아니다. 솔비는 자신의 그림과 밴드 음악을 결합한 이벤트를 기획 중이고 YG엔터테인먼트의 신인그룹 아이콘은 데뷔 전부터 패션 브랜드를 앞세운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
왕성한 콜라보레이션에 대해 한 연예 관계자는 "대중문화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고 신선한 콘텐츠에 열광한다"며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파트너와 잘 결합한다면 더 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풍경을 토대로 올 한해 성공을 거둔 사례 혹은 높은 관심을 받았던 콜라보레이션을 성격별로 나누어 살펴봤다.
■지드래곤X미술(가수+미술)
지드래곤을 앞세운 미술 전시회 '피스마이너스원'은 연예계와 미술계를 들썩이게 했다. 활동 중인 가장 '핫'한 아이돌과 예술가들의 협업이었다. 서울시립미술관과 YG가 함께 기획한 이 전시는 지드래곤과 국내외 미술가 14팀이 200여 점을 내놨다.
시립미술관이 지나치게 상업적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6월부터 2개월간 메르스 여파에도 7만여명의 관람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지드래곤은 기존에 쌓아온 뮤지션 이미지에다가 여타 아이돌에게는 드문 예술가 이미지를 두텁게 만들었다.
■SMX손연재(엔터+스포츠)
'아이돌 왕국' SM엔터테인먼트와 손연재 추신수 박인비 등이 속한 IB월드와이드의 동맹은 새로운 공룡 그룹을 예고했다. K팝 스타와 세계적인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을 상호 활용하며 글로벌 콘텐츠를 생산을 계획이다. 대형 음반사들이 영역 확대를 꾀하려는 움직임은 활발했지만 연예 외적인 분야의 스타 콘텐츠와 합작한 사례로는 최초였다.
K팝에 국가별 인기 스포츠와 결합해 더욱 전투적인 마케팅을 펼칠 각오다. 엑소의 음악에 메이저리거 추신수를 앞세워 미국 시장을 두드릴 수도 있다. 선수들은 비시즌 기간이나 은퇴 후 SM의 힘을 빌려 각종 미디어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아이유X박명수(가수+개그맨)
부담 없이 듣는 음악에 대한 대중의 갈증이 얼마나 컸는지 증명하는 조합이다. 수백만 삼촌팬을 거느린 아이유와 개그맨 박명수의 듀엣곡 '레옹'은 발매와 동시에 각종 음원 차트를 집어삼켰다. '무한도전'이라는 1등 예능 프로그램의 홍보 효과가 상당했지만 18일간 지속된 차트 장기집권은 새로운 시각을 만들었다. 웃기면서 듣기도 좋은 음악이었다는 평을 이끌었다. 아이유의 감미로운 음색, 박명수의 웃음코드가 절묘하게 맞물려 가수와 개그맨 콜라보레이션의 좋은 선례로 남게됐다.
■송민호X쇼미더머니(가수+방송)
우승은 거머쥐지 못했지만 Mnet '쇼미더머니4'를 통해 가장 큰 열매를 딴 사람은 송민호였다. 초반에는 '어차피 우승은 송민호'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 등 온갖 조롱과 비아냥,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하지만 '겁' '거북선' '머니플로우' '오키도키' 등 방송 직후 내놓는 음원마다 출연자 중 가장 높은 차트 순위에는 항상 송민호의 이름이 걸렸다. 특히 '겁'은 '무도 가요제' 광풍에도 비집고 들어가 오랫동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창작 과정, 랩에 대한 열정, 아버지와 가족 스토리 등이 맞물려 그룹 위너의 송민호가 아니라 래퍼 송민호로서 다양한 팬층을 흡수했다.
■임재범X태연 (가수+가수)
같은 노래를 부른다는 소식만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임재범과 태연이다. 살아있는 레전드라고 불리는 가수와 가창력하면 손꼽히는 소녀시대 메인 보컬리스트의 만남이다. 태연은 임재범의 데뷔 30주년을 기념해 히트곡 '사랑보다 깊은 상처'를 리메이크 해 같이 부르기로 했다.
거칠지만 인간의 깊은 내면을 잘 끌어내는 임재범의 목소리와 부드러우면서 마음을 울리는 태연의 목소리가 서로의 빈틈을 채웠다. 적지 않은 나이 차이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감성 보컬들의 만남으로 '역대급' 콜라보레이션이라는 반응을 얻고 있다.
심재걸 기자 shim@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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