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11월 본회의 처리" 합의 불구
친박 중심 "국회 운영 차질" 말바꿔
"靑이 제동 걸면 거역하기 힘들어"
제2의 유승민 파동 재연 우려 속
"의회 견제 권한 포기하나" 비판
국회 상임위원회의 청문회 개최 요건을 폭넓게 인정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가 또 다시 충돌할 조짐을 보이면서 제2의 국회법 파동이 우려되고 있다. 당초 여야 합의에 따라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됐지만 여당이 “365일 청문회를 열 수 없다”고 뒤늦게 제동을 걸었다. 특히 새누리당 친박계에서 반발하는 기류가 역력해 청와대 압력설도 거론되고 있다.
정기국회 처리 합의 번복하는 새누리
여야 원내지도부는 7일 정기국회 의사일정 등을 협의하며 ‘본회의에 부의된 국회법 개정안을 11월 5일 본회의에서 합의하여 처리한다’는 합의문에 서명했다. 개정안은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난해 11월 국회운영제도 개선을 위해 제시한 것으로 ‘법률안 이외의 중요한 안건의 심사나 소관 현안의 조사를 위해 필요할 경우 위원회 의결을 통해 증인, 감정인, 참고인을 불러 청문회를 개최할 수 있다’(제65조)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법은 상임위 청문회 개최 요건을 ‘중요한 안건 심사’에 한정했지만 개정안에서 범위를 ‘소관 현안 조사’로 확대하면서 상임위 차원의 청문회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회법 개정안은 애초 여야가 추천한 15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국회의장 직속 국회개혁자문위원회의에서 4개월간 논의를 거친 방안으로 여야 간 이견이 없었다. 특히 지난해 12월 운영위 제도개선소위에 회부됐을 당시 소위원장은 대표적 친박계인 김재원 의원이었다. 이후 국회법 개정안은 지난 7월 9일 국회 운영위, 15일에 법사위를 통과해 20일 본회의에 부의되기까지 일사천리로 처리됐다.
하지만 여야 원내지도부가 합의문에 대해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으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8일 기자들과 만나 “여야가 합의해 처리해야 한다고 돼 있기 때문에 합의가 없으면 처리할 수 없는 법안”이라며 “국회 운영이나 국정수행에 있어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국회법은 저희가 동의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본회의에 부의된 국회법 개정안의 원안 처리는 불가하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그렇게 하면 합의 파기일 것”이라며 원안 처리를 강조했다.
의회 견제 권한 스스로 저버린 여당
여당의 기류 변화는 친박계가 진원지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 대통령 정무특보인 윤상현 의원은 최근 “야당이 청문회 개최를 협상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이 커 국회 운영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이라며 법안 폐기를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특히 “지금의 개정안 대로라면 청와대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면서 청와대의 의중이 실렸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이런 사정으로 정치권에서는 유승민 사퇴 파동을 부른 국회법 개정 논란의 재판(再版)을 우려하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유승민 파동 이후 당청관계는 급격히 청와대로 기울었다”며 “청와대가 (국회법 폐기 방향으로)움직인다면 새누리당에서는 누구라도 거역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실제 국회법 수용 불가 입장으로 선회한다면 상당한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당장 여야 합의를 번복했다는 지적과 함께 ‘의회 견제 권한을 스스로 포기했다’는 비난이 쇄도할 수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상임위 청문회를 활성화하면 여야가 각종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특위나 국정조사 실시를 두고 공방을 벌이지 않아도 된다”면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또다시 합의를 번복한다면 국민 저항이 어느 때보다 강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승임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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