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개의 생명보험에 가입한 뒤 허위 입원으로 억대의 보험금을 챙긴 일가족과 이를 도와주고 요양급여비를 타낸 병원장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9일 생명보험에 가입한 뒤 허위로 입원하고 상습적으로 보험금을 타낸 혐의(사기)로 전모(66ㆍ여)씨를 구속하고, 전씨로부터 보험사기 수법을 전수받아 동종 범죄를 저지른 브로커 조모(62)씨 등 2명을 함께 구속했다. 또 이들의 허위입원을 방조한 K 병원장 허모(50)씨와 전씨의 일가족 등 12명도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전씨 일가족과 지인 등은 2007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생명보험 200개에 가입한 뒤 입원이 불필요한 무릎과 허리, 어깨 등의 관절염을 이유로 모두 232회에 걸쳐 4,026일간 허위 입원해 13억3,000만원 상당의 보험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허씨 등 병원장 4명은 환자들이 실제 입원한 사실이 없는데도 입ㆍ퇴원 발급서를 내주고 허위 요양급여비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해 1억70만원을 빼돌리는 등 사기를 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전씨는 경남 김해 일대 병원에 원정 입원하면서 안산, 울산, 고성 등에 거주하는 딸과 동생, 조카를 불러 무려 1,700여일 함께 입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전씨가 입원기간 자신의 딸을 신규로 보험에 가입시키는 등 총 101개의 보장성 보험에 가입했고 500만~600만원 상당의 월 납입료도 기존에 빼돌린 보험금으로 충당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2006년부터 3년간 2억4,000만원 상당의 보험금을 타낸 전씨의 딸 박모(41)씨는 시어머니 등 친척들까지 입원시키려다 가정불화로 이어져 이혼을 겪은 것으로 확인됐다.
보험설계사 출신인 조씨는 전씨로부터 보험사기 수법을 전수받아 지난 2008년 11월부터 전씨가 지정해준 병원에 입원해오다 1년 뒤 스스로 병원을 찾아 다니며 2억1,000만원 상당의 보험금을 타냈다.
경찰은 병원의 방조가 보험사기를 부추기고 있다고 보고 허위 입원 환자는 물론 병원측의 환자 진료 실태까지 조사할 방침이다.
부산=정치섭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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