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내 나이가 어때서'
재미만 추구 성인용 설정 도마에
제작진 "아이들 세상 빨리 배워"
7~9세 어린이들이 출연시켜 아이의 눈에서 어른의 고민을 해결한다는 JTBC 예능프로그램 ‘내 나이가 어때서’가 동심을 찾아보기는커녕 애어른의 모습만 부각시켜 논란이 되고 있다. 어린이와 성인 출연자가 가상 연인으로 상황극을 벌이는 등 재미만 추구하는 성인용 설정이 도마에 올랐다.
8일 방송된 ‘내 나이가 어때서’ 2회에서는 게스트로 나온 방송인 김제동과 고정 출연 중인 9세 여자 어린이가 ‘싸우는 연인’으로 설정돼 즉흥 상황극을 하는 모습이 나왔다. 여자 어린이가 김제동에게 “자기야, 문자로 이별하자고 한 건 미안해. (그런데) 집에 갈 때 나 한번도 태워준 적 없잖아”라고 말하자 김제동은 “차가 없는데 어떻게 태워줘”라며 받아쳤다. 이 어린이가 “나랑 사귀는 거 계속 숨겼잖아"라고 하자 김제동은 “네가 숨기자고 했잖아”라며 대화를 이어갔다. 화면에는 ‘막장드라마로 치닫는 상황극’이란 자막이 나왔고 이휘재, 박지윤 등 진행자들은 얼굴을 가리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이날 고민 주제였던 ‘맞벌이로 얼굴보기 힘든 부모님’과 관련해 MC가 던진 질문도 논란이다. 이휘재는 한 어린이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돈을 많이 벌지만 바쁜 부모와 가난하지만 가정적인 부모 중 어떤 쪽을 선택하겠냐”고 물었다. 그러자“돈 많은 부모님이다. 콧구멍 같은 집에서 살기 싫다”는 어린이의 답변이 돌아왔고 다른 진행자들은 “그럴 수 있다”며 추임새를 넣었다.
방송이 나간 뒤 각종 포털 사이트 등에는 “어른들이 쓰는 말을 흉내 내고 어른과 사귀는 연기를 하는 모습이 보기 불편했다” “어린이 입에서 가난이 싫다는 말을 들으니 씁쓸했다”같은 비판 글들이 올라왔다.
지난 1일 첫 방송에서는 ‘명품 백을 생일 선물로 사달라는 아내’를 주제로 개그맨 정준하와 한 어린이가 상황극을 했고, 이 어린이가“나 사랑하는 거 아니었어?”라며 명품 백을 받아낸다는 설정이 전파를 타기도 했다.
밤 9시 40분이란 늦은 시간대에 방송돼 사실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 예능프로그램이지만 가치관 형성이 미숙한 어린이 출연자들이 다룰만한 내용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시청자들은 엉뚱하거나 어른스러운 아이들의 모습에서 웃음과 감동을 기대할 수 있다”며 “하지만 지극히 어른들의 소재를 이용해 어른을 흉내 내도록 하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김미연 PD는 “아이들도 세상을 빨리 배운다. 세상이 워낙 각박해 아이들만은 순수하길 바라는 어른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세상을 빨리 배우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다”고 반박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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