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8일 가톨릭 교인들이 결혼을 더 쉽게 무효화할 수 있는 조치를 발표했다. 결혼은 절대로 깰 수 없는 약속이라 가르쳐 왔던 가톨릭 교인들에게 일대 파장을 불러오는 개혁이라는 평가다.
AFP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모투 프로프리오’라는 두 개의 서한을 통해 교회 내에서 결혼을 무효로 하는 절차를 45일 이내로 끝내는 것을 골자로 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가톨릭은 이혼을 인정하지 않는다. 때문에 가톨릭 교인들이 이혼을 하려면 일반인들과 다르게 결혼이 애초부터 결함이 있었다는 것을 교회에 증명해 무효로 선언하는 절차를 거쳐야 했다. 교회의 결혼 무효 결정 없이 재혼한 신도들은 부정을 저지른 죄인으로 여겨지며 영성체를 받을 수 없다.
교황은 결혼 무효 절차가 빠르고 간편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무조건 재심의를 받도록 하는 자동 이의신청 제도를 없애는 한편 교회 재판소가 인건비 등을 제외하고는 절차와 관련한 비용을 받지 못하게 했다. 지금까지는 교회에서 결혼 무효 결정을 받으려면 길게는 수 년이 걸릴 뿐만 아니라 비용도 수백만원이 들어서 신도들의 불만이 많았다. 또한 가톨릭 신자가 많지 않아 결혼 무효 판단을 위한 3명으로 구성된 교회 재판소가 없는 국가나 지역에서는 해당 지역의 주교가 직접 판사 역할을 하거나 해당 사건을 두 명의 보조를 거느린 단독 사제 판사에게 위임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서한에서 “결혼은 절대로 갈라설 수 없는 관계”라고 다시 한번 강조한 후 “개혁 조치는 결혼을 끝내는 것을 돕는 것이 아니라 신도들이 정의를 찾을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신속하고 단순하게 하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개혁 조치가 결혼과 관련한 교회법과 관행 등을 연구하도록 지난해 임명한 전문가 그룹의 연구 결과라고 덧붙였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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