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피해자 면회한 인척 전언
김모씨도 함께 당해 4주 부상
교도소측 “별도 공간 부족” 해명
900억원대 교비 횡령 등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고 광주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서남대 설립자 이홍하(76)씨가 지난달 19일 동료 재소자 A(47)씨로부터 폭행 당할 당시 또 다른 재소자도 A씨에게 맞아 코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씨 등 피해자들은 폭행사건이 발생하기 전 A씨에 의한 폭행 피해 등을 우려해 수 차례 “방을 옮겨 달라”고 요구했지만 교도소 측이 이를 묵살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9일 광주교도소 등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달 19일 오후 7시40분쯤 교도소 내 미결수 의료거실에서 A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A씨에게 얼굴과 가슴 등을 심하게 맞았다. 지병을 앓고 있는 이씨는 몸이 불편한 재소자나 환자들을 수용하는 의료거실에서 A씨 등 7명과 함께 수용생활을 해왔다. 이씨는 곧바로 조선대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가 같은 달 21일 오후 가족들의 요청에 따라 전남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이씨는 뇌출혈(외상성 지주막하출혈)과 턱뼈 및 갈비뼈 골절, 간 손상에 따른 복막 출혈 증상 등을 보여 치료를 받고 있다.
이씨가 폭행 당할 당시 또 다른 동료 재소자인 1급 지체장애인 김모(49)씨도 A씨에게 얼굴을 심하게 맞아 코뼈가 부러지는 등 전치 4주 이상의 부상을 입었다. 김씨도 폭행 당한 직후 교도소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교도소 측은 그 동안 김씨가 폭행 당한 사실에 대해서는 함구해 사건을 축소하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교도소 측은 폭행사건이 터지기 전 A씨의 폭력행사 조짐을 알린 김씨로부터 “의료거실을 옮겨달라”는 격리 요구를 받고도 제대로 조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평소 A씨와 감정이 좋지 않았던 이씨도 자신을 독거실로 옮겨줄 것을 교도소 측에 요구했으나 교도소 측은 특혜 시비를 우려해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김씨를 면회했던 한 인척은 “폭행사건 발생 전부터 A씨가 ‘이씨를 죽여버리겠다. 때리겠다’고 수 차례 말했고, 이에 두려움을 느낀 이씨가 교도소 측에 방을 옮겨달라고 요구했었다는 얘기를 김씨로부터 전해 들었다”며 “특히 김씨는 ‘나도 피해를 입을 것 같아 방을 옮겨줄 것을 요구했는데, 교도소 측은 지난달 13일 A씨를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는 말만하고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이 결국 사건이 터졌다’고 안타까워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광주교도소 관계자는 “김씨와 이씨가 방을 옮겨달라고 요구했던 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A씨를 따로 수용할만한 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조만간 A씨의 형이 확정되면 A씨를 기결사동으로 옮기려고 하던 와중에 폭행사건이 발생한 것이지 김씨 등의 요구를 모른 체 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씨는 자신이 설립ㆍ운영하던 대학 4곳에서 교비 등 909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2013년 6월 1심에서 징역 9년을, 사학연금 개인부담금 2억4,000여만원을 횡령 혐의로 같은 해 10월 징역 6월을 각각 선고받았다. 지난 2월에는 300억원대 허위 세금계산서 교부 등 혐의로 징역 3년을 추가 선고받았다. 검찰은 지난 6월 세 사건을 병합한 항소심에서 징역 25년에 벌금 237억원을 구형했다. 법원은 이씨의 치료를 위해 이씨에 대한 구속 집행정지 기간을 당초 지난 7일에서 다음달 5일 오후 4시30분까지로 연장하고, 선고도 24일에서 내달 22일로 연기했다.
안경호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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