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 등 새로운 외교 시도를 긍정 평가하면서도, 한미 동맹의 구심력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일부 사안에서 유연하게 대응할 수는 있어도, 북핵 문제 해결과 동북아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한ㆍ미ㆍ일 3각 협력 구상에는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전문가들은 한국의 새로운 외교가 호응을 얻을지 여부는 다음달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얼마나 실질적 합의를 도출해내는가를 통해 가늠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프랭크 자누치 맨스필드 재단 소장은 6일 한국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이 워싱턴 일각의 따가운 시선 속에서 중국을 방중했지만, 동북아에서 대화의 물꼬를 튼 한ㆍ중ㆍ일 정상회담을 실현시켰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한미 동맹의 틀 속에서 진행된다면) 한국과 중국의 관계 발전은 ‘제로 섬’게임이 아니다”라며 “이번 방중 때문에 한미 관계가 손상될 가능성은 없다”고 전망했다.
자누치 소장은 박 대통령의 새로운 외교적 시도가 성과를 거두려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10월 정상회담에서 세 가지 핵심 이슈에서 진전을 이뤄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을 제어할 수 있는 보다 효과적인 양국의 공동 전략을 발전시키는 한편 한반도의 장기적 평화와 안전의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은 물론이고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동아시아에서의 한ㆍ미ㆍ일 공조체제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자누치 소장은 민간 부문은 물론이고 공공 부문에서 광범위한 광범위한 인적 교류를 한미 양국의 관계를 강화하는 방안의 하나로 제시했다. 한국과 미국의 정책 담당자들이 상대 국가의 카운터 파트 부서에서 실제로 교환근무를 하는 방식의 교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앨런 롬버그 스팀슨연구소 동아시아 프로그램 국장도 “견고한 한미 관계를 감안하면, 박 대통령의 방중이 워싱턴에서 ‘중국 경사’(傾斜)로 해석될 여지는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각에서는 방중하지 않는 게 더 좋았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결론적으로 내가 보기에는 한미 관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롬버그 국장 역시 10월 정상회담이 한국의 공세적 외교 노력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대북 안보라는 관점 이외에도 경제적 필요성 때문에 한국이 대중 관계를 강화하려는 것은 자연스럽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서울의 당국자들은 그런 노력들이 한미 관계를 희생하며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런 관점에서 박 대통령의 방미는 아주 중요한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시도가 동북아에서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증진시키거나 최소한 훼손하지 않는다는 걸 꾸준히 증명해야 하며, 그 방법은 안보 분야 혹은 경제적 분야에서도 미국 핵심 관심 사안에 대한 한국의 전향적 조치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롬버그 국장은 한국이 미국의 우려를 희석시키는 방안으로 한일 관계에서 과거사 문제와 안보협력을 분리시키는 것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확대된 양국간 무역 역조의 전향적 해결책 모색을 제안했다.
롬버그 국장은 “박 대통령이 기존 태도에서 벗어나 과거사 문제에서 일본의 전향적 변화를 촉구하면서도 전반적으로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 확실하다”며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며 미국과의 관계를 심화하려면, 박 대통령과 한국 정부는 바로 그렇게 사려 깊고 건설적인 정책을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실질적으로 한미 동맹을 강화한다는 의미에서, 한미 FTA 체결 이후 늘어난 이득이 양국에 공평하게 분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 조야에서 한미 FTA가 미국에 불리한 결과를 낳았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이번 대통령 방미 중 이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이 논의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박 대통령의 시도가 북핵 문제 해결에서 중국의 전향적 입장 변화를 유도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많았다. 롬버그 국장은 “전략적 관점에서 중국이 북한의 혼란과 붕괴를 원치 않는다는 것도 명백하다”고 평가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CFR) 한반도담당 선임연구원도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전향적 입장 변화에 대해) 박 대통령이 원하는 수준까지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그러나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이 “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딘 것”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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