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이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상황을 묘사해 논란을 일으킨 화가 홍성담의 그림 ‘김기종의 칼질’ 전시를 중단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대안적 아트페어를 표방하며 서울 남현동 남서울분관에서 진행 중인 ‘2015 SeMA 예술가 길드 아트페어-공허한 제국’의 전시 작품 중 하나로 이 작품을 전시했으나 해당 그림이 지난 3월 리퍼트 대사를 습격한 김기종씨를 옹호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홍성담은 이 그림 아래쪽에 김기종씨가 리퍼트 대사를 공격하는 장면을 그리고 그림 중앙의 위치한 흰색 테이블 위로 사건에 대한 자신의 감상을 작은 글씨로 적었다. 내용을 요약하면 “김기종은 한민족의 운명을 자발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울분과 절망감을 칼로써 표현했다”는 것이다. 글 말미에는 “나는 그를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민족주의자라고 넌지시 욕했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걸(테러)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을까? 내가 겁쟁이라서 그렇지 않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외부기획자인 홍경한 예술총감독에게 전시 기획을 맡기고 미술시장에서 동떨어져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미술 작가들을 ‘예술가 길드’로 엮어 판로를 마련한다는 취지로 기획돼 작가 24명이 작품 140여점을 내놓았다.
홍 감독은 “작가와 협의해 작품을 내리기로 결정했다”면서 “전시의 본래 취지인 예술가의 자생성 문제라든가 시대정신의 재고찰 문제가 이데올로기화되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고 서둘러 차단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홍 감독은 “작가가 ‘논란을 일으켜 미안하게 됐다’며 ‘테러를 미화할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민중미술화가 홍성담은 지난해 광주비엔날레 창설 20주년 특별전 ‘달콤한 이슬-1980 그 후’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걸개그림 ‘세월오월’을 전시하려다 작품 수정을 요구하는 광주시의 압력을 받고 작품을 철거했다. 당시 함께 전시한 작가들은 “광주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전시를 대거 철회했고 이로 인해 이용우 전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가 사임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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