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포격 도발로 남북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점에 군 초급 간부들이 군 작전과 관련된 기밀정보를 극우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에 유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군에 따르면 공군 A중위는 지난달 22일 북의 무인정찰기로 보이는 미확인 비행체가 비무장지대 상공에 출현했을 당시 공군중앙방공통제소(MCRC)에 포착된 군사정보를‘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게시판에 올린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MCRC는 한반도 상공에서 비행 중인 모든 항공기의 항로 등 비행 정보를 통제하는 기밀 시설이다. 같은 날 해병대 B중위는 군에 대공경계태세인 ‘고슴도치’가 발령된 내용이 포함된 육군전술지휘정보체계(ATCIS) 컴퓨터 화면을 휴대폰으로 찍어 민간인 친구에게 보냈고, 육군 C하사는 ‘북한군 도발 징후가 있으니 대기하라’는 영내 방송 내용을 역시 일베 게시판에 올렸다가 적발됐다.
북이 매설한 지뢰에 병사들이 중상을 입고, 북의 포격 도발로 언제든 전면전으로 비화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순간에 군사기밀을 중계하듯 인터넷에 올렸다니 기가 막힌다. 도대체 평소 군사보안 의식 교육 등 장병 관리가 얼마나 허술하고 형식적이었길래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보안을 주된 이유로 병사들의 휴대폰 사용을 막아 왔으면서도, 초급간부들의 통신보안 의식 수준이 이 정도라니 아연할 따름이다. 총체적 통신보안 실태 재점검과 함께 엄중한 조사와 일벌백계의 문책이 뒤따라야 한다.
이들이 회원 대다수가 극우 성향 남성인 일베에 군사정보를 올린 점을 들어 개인의 과시 욕구가 작용한 일탈행위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일선에서 사병들을 지휘ㆍ통솔해야 할 초급 간부들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남북이 팽팽한 긴장 속에 대치하고 있는 상황을 게임을 하듯 즐기고, 과시하듯 군사기밀을 유출해 공유하며 즐길 수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스마트폰 하나면 무엇이든 가능한 시대다. 그럴수록 군사보안 체계는 더욱 물샐 틈 없어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군 당국은 스마트폰을 통한 군사기밀 유출을 막을 특단의 통신보안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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