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내부선 추가인하에 부정적
한국은행이 또 한번 기준금리(현행 연 1.5%)를 내려야 한다는 요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수출 급감과 내수 부진, 저물가에 빠진 경기 부양을 위해 유동성을 더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금리인상이 임박한 데 따른 자본유출 확대, 가계부채 폭증 등의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한은이 무리하게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평가다.
9월 한은 금리인하론을 주도하는 곳은 해외 투자은행(IB)들이다. 8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HSBC, BNP파리바, 호주뉴질랜드(ANZ)은행 등 3곳이 오는 11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당초 하반기 금리동결을 점쳤던 ANZ은행은 지난달 한국 수출 감소폭(-14.7%)이 6년 만에 최대치를 보이자 "한은이 선제적 조처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며 전망을 수정했다. HSBC도 "수출 감소와 내수 부진으로 추가적 통화 완화가 타당한 상황이며 물가압력도 여전히 낮다”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 바클레이즈 등은 당장 이번 달은 아니겠지만 한은이 연내 추가로 금리를 내릴 것이란 입장이다.
국내 기관 중에도 동조자가 늘고 있다. 대신증권은 이날 이달 금리인하를 전망하는 보고서를 내놨다. 박형중 연구원은 "한국과 미국 경기가 예전과 달리 상관성이 거의 없어 미국이 금리를 올려도 한국이 따를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가계부채 문제 역시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도록 하는 정부 정책상 가계의 상환부담이 커지는 만큼 한은이 금리 수준을 낮게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관측이다. 앞서 교보증권도 "한은이 다음달 올해 성장률ㆍ물가 전망치를 낮추기에 앞서 이번 달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예측했고 KDB대우증권, 유진투자증권 등은 4분기 금리 인하 전망을 내놨다.
한은 내부에선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뚜렷하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지난해 8월 이후 4차례 기준금리 인하로 한은이 경기부양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본다"며 "시장 일각에선 여전히 금리인하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별다른 동조를 얻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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