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논의해 본 적도 없으니 이야기나 해보자는 것인데, 많이들 부담스러워 하시네요.”
최근 만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ㆍ교회협) 한 관계자의 푸념입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등 9개 회원교회의 협의체인 이 단체는 지난달부터 ‘한국 교회의 동성애 반대’에 대해 논의할 토론회를 준비해왔습니다(☞관련기사 보기). 한국 사회에서 ‘동성 결혼 합법화 반대’ 등 각종 관련 운동에 교회가 앞장서고 있는 만큼, 이를 자성해볼 논의의 장도 교회에서 마련돼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이들은 성소수자 문제와 관련해 성서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동성애는 변할 수 없는 성적 지향인지, 한국 교회의 반대 운동 방향이 온당한지 등을 논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교회협은 아직 토론회 패널을 구하지 못해 난감한 표정입니다. 사석에서는 ‘교회가 지금처럼 성소수자 비판에 앞장서서는 안 된다’는 목회자와 신학자가 적지 않지만, 누구도 선뜻 연단에서 이런 입장을 대변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토론회를 준비하던 A 목사는 “보편적인 교회 공동체의 입장을 밝혀 줄 목사, 신학자를 섭외 중이나 난색을 표하고 있다”며 “이미 교회 내부에서 ‘동성애는 죄가 아니다’라는 목소리를 내 온 ‘알려진 대표선수’ 한 두 분을 제외하고는 발언자를 구하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신학자의 경우 본인이 소속된 학교와 교단 측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고, 일선 목회자의 경우도 본인의 생각이 교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모두가 예민하게 주시하는 상황이라 쉽게 나서지 못하는 입장입니다. 교회 내 동성애 반대 담론이 워낙 격하고, 다른 말이 나오면 엄청난 죄를 짓는 것으로 지목되는 마당이라 소신대로 말하기가….”
지난달 24일 한 일간지에 보도된 ‘동성애 문제 긴급 대담’은 성소수자 문제를 둘러싼 교회 및 교단 지도자들의 보편정서를 잘 보여줍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나온 우려는 “동성애는 인권이 아니다. 욕망이다” “전국 교회가 비난을 각오하더라도 동성애의 폐해를 알려야 한다” “소수를 보호하고 동성애자를 감싸면 박수 받는다고 생각하는 이는 심판을 받을 것이다” 등입니다.
논의의 물꼬를 트기도 전에 벽에 부딪힌 교회협은 우선 지난 2일 ‘성소수자 이해를 위한 내부간담회’를 열어 실무자들의 입장을 공유했습니다. 이 자리에 발제자로 초청된 한 인권운동가의 말, 즉 “이건 찬반의 문제가 아니다. 개인의 지향성, 존재 방식의 문제다. 성소수자들이 여타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인격체라는 것을 드러내고 그들의 신앙을 이야기 할 자리가 교회에서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호소가 참석자들의 마음을 울렸다고 합니다.
내부간담회를 마친 A 목사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속도가 느리더라도 토론회 및 증언회 준비를 이어가겠다”고 말합니다.
“동성애자를 비판ㆍ비난하는 것이 교회 전체의 입장으로 세상에 알려지고, 침묵하는 모두가 비난 받을까 두려워하는 이런 상황 때문에라도, 반드시 이번 기회에 건강한 논의의 장이 마련돼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과연 이 토론회는 성사될 수 있을까요.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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