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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환절기

입력
2015.09.08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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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부터 동네 곳곳에 재건축 공사가 한창이다. 그 탓에 아침부터 소음이 심하다. 혹서기 빼곤 이 동네엔 공사가 잦다. 별로 외출할 일이 없는 나 같은 사람에겐 하루 종일 쾅쾅거리는 소음이 곤혹스럽다. 카페에 들러 원고를 써보려 하지만 잘 집중이 안 된다. 남아있는 커피를 후루룩 마시고 길을 나선다. 가로수도 바람도 여름과는 다르다. 그것들을 대하는 몸의 기운도 많이 변했다. 손끝으로 맨살을 쓸어본다. 더위의 잔열감과 찬바람의 냉기가 몸 안팎에서 불화하는 듯싶다. 문득, 오한이 느껴진다. 천변에 나가니 꽃도 나무도 안면을 바꾼 느낌이다. 계절마다 피고 지는 식물의 면면이나 눈에 띄는 동물의 모양도 다를 수밖에 없는 건 자연 이치일 거다. 그런데, 모든 당연한 일이 그렇듯, 새삼 곱씹어 보면 그 모든 당연함 만한 신비가 또 있을까 싶다. 사람 몸의 성질도 그런 식으로 사계절마다 변한다 생각하니 늘 똑같은 사람이라 스스로를 고집하는 게 철없는 짓이라는 생각도 든다. 변하는 게 당연한 이치라면 부러 변하려고 애쓰는 것도 억지스럽다. 나는 늘, 내 의지완 무관하게, 나도 모르게 변해있는 것 아니겠는가. 집에 돌아온다. 일몰과 함께 공사도 잠시 멈췄다. 공사 소음보다 더 큰 변화의 소음이 내 안에서 울리는 듯싶다. 아침엔 입술이 말라 터졌었다. 검붉었다. 여름의 고름이 이렇게 빠지는 건가 싶어 산뜻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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