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지난 7월3일 대전 한화전에서 20(홈런)-20(도루)을 달성한 NC 에릭 테임즈(29)에게 이튿날 물었다. 한국프로야구에서 15년 만의 30-30에 도전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미소를 지은 뒤 "40-40 달성자는 혹시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리고 "처음이다"라는 답변을 듣자 곧바로 몸 푸는 동작을 취하며 달성 의지를 내비쳤다.
40-40은 100년이 넘는 역사의 메이저리그에서도 4명만이 고지를 밟은 대기록이다. 일본프로야구와 한국프로야구는 단 한 명도 없다. 꿈의 기록을 향한 테임즈의 도전은 어느덧 현실로 다가왔다. 7일 현재 41홈런 34도루. 남은 22경기에서 충분히 추가할 수 있는 도루 6개다.
40-40을 달성하는 순간 사실상 정규시즌 MVP는 테임즈로 굳어진다. 이미 국내 최초 한 시즌 두 차례 사이클링히트를 작성하며 기선도 제압했다. 유일한 대항마 박병호(넥센)가 역대 한 시즌 최다 57홈런을 치면 박빙승부가 될지 몰라도 현실은 녹록지 않다. 설사 테임즈가 40-40을 못하더라도 객관적인 기록만으로 살펴볼 때 박병호보다 훨씬 돋보인다.
테임즈는 타율 0.378, 타점도 119개를 기록 중이다. 장타율은 0.799로 역대 한 시즌 최고 기록(0.740• 1982년 백인천)을 갈아치울 것이 유력하다. OPS(장타율+출루율)는 무려 1.291에 달한다. 반면 박병호는 홈런(47개)과 타점(131개)만 앞설 뿐 나머지 기록(장타율 0.731ㆍOPS 1.170)은 테임즈에게 밀린다.
팀 기여도 또한 테임즈가 압도한다. 득점 기여 누적 수치(RC)는 테임즈가 169.06, 박병호는 150.40이다. 이쯤 되면 표심은 어느 한쪽으로 쏠릴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비슷한 활약을 할 경우 외국인보다 국내 선수에게 표를 던지는 경향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 차이면 넘을 수 없는 벽이다. 더구나 시즌 중 1차 자존심 대결에서 테임즈가 웃은 기억도 있다. 팬심을 알 수 있는 올스타전 팬 투표 나눔 1루수 부문에서 테임즈가 박병호를 앞섰다.
김용희 SK 감독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라운드에서 잘하는 선수는 스타 플레이어, 야구도 잘하고 야구장 밖에서 모범을 보이는 선수는 슈퍼스타"라고 했다. 프로야구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만큼 공인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면에서 테임즈는 슈퍼스타다. 7월16일 전반기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 창원 시내 한 바에서 자선 행사를 진행했다. 개인적으로 후원하고 있는 한 아동 단체에 기부금을 전달하기 위해 자신의 유니폼과 장비들을 경매로 내놓았고, 수익금 500만원을 직접 전달했다. 자선행사 전 테임즈는 SNS를 통해 "NC에 입단하고 팀 동료들과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면서 "이제 내가 보답할 때가 된 것 같다"고 취지를 밝혔다.
여러모로 테임즈는 실력뿐 아니라 한국 야구와 문화 자체를 존중하고 아낀다. 이런 모범적인 외국인 선수 사례는 절대 찾아볼 수 없다. 또 테임즈 관련 기사는 '악플'이 없는 청정 지역이다. 올해 MVP는 그야말로 테임즈를 위한 상이다.
사진=NC 테임즈. /임민환기자 <a href="mailto:limm@sporbiz.co.kr">limm@sporbiz.co.kr</a>
김지섭 기자(NC 담당)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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