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난민 어린이의 비극적 죽음으로 국제사회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난민들이 서유럽으로 넘어가는 관문인 헝가리는 여전히 난민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영국 BBC방송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7일 난민을 가리켜 “위험에 처한 ‘망명자’(refugees)가 아니라 ‘독일식 삶’을 원하는 '이민자'(immigrants) 일뿐”이라고 폄하했다.
그는 “독일로 가려는 이들은 물리적인 안전이 아니라 ‘독일식 삶’을 추구하는 것”이라며 계속되는 난민 유입이 유럽의 ‘기독교 복지국가’들을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럽 유입 난민에 대해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는 오르반 총리는 오스트리아 공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시리아인을 포함한 이주민의 대다수는 시리아 등지에서 탈출한 이후 더는 위험한 상황이 아니다. 터키나 다른 지역 난민 캠프에서의 삶이 대단히 훌륭하지는 않겠지만 안전하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이 추진 중인 난민 분산 수용안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유럽 국경을 완전히 차단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얼마나 받아들일지 논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이번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EU가 국경을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헝가리는 시리아 등지의 난민들이 유럽에 입성한 후 독일 등 서유럽 국가로 가기 위해 거쳐야하는 관문 국가로, 세르비아와 맞닿은 남쪽 국경을 통해 최근 하루에도 수천 명의 난민이 유입되고 있다.
헝가리 정부는 이에 따라 국경에 4m 높이의 방벽을 건설한 데 이어 국경에 군대를 파견하기로 하는 등 난민 유입 차단을 위한 강력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보수 성향의 오르반 총리는 “난민이 유럽의 기독교 뿌리를 흔든다”는 등의 민감한 반(反) 난민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어, 이민자에 적대적인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에 비견되며 ‘유럽의 트럼프’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처럼 헝가리 정부가 난민에 대해 강경한 입장인 가운데 차바 헨데 국방장관이 이날 사임했다. 세르비아에서 헝가리로 넘어오는 난민을 효과적으로 막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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