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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적이 된 야후 CEO의 '짧은 출산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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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적이 된 야후 CEO의 '짧은 출산휴가'

입력
2015.09.07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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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아들 낳고 2주 만에 복귀해 공분

쌍둥이 출산 앞두고 공언 또 파문

"여성·맞벌이 가정에 피해" 비판 봇물

머리사 마이어.
머리사 마이어.

“첫 째 출산 때 그랬던 것처럼, 이번 쌍둥이 출산 후에도 조금만 쉬고 복귀해 일하려 합니다.”

올 연말 일란성 쌍둥이 딸 출산을 앞둔 야후 최고경영자(CEO) 머리사 마이어(40)가 지난 1일 ‘출산 후 곧장 복귀’ 계획을 밝힌 이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1,000대 글로벌기업 CEO 가운데 4% 밖에 안 되는 여성 CEO 중 영향력 면에서 최고 자리에 서 있는 머리사가 직장 문화를 잘못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머리사가 여성뿐 아니라 맞벌이 가정 모두에 모범이 되기는커녕 해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응원 받던 ‘엄마 CEO’에서 비난 표적이 돼

거대 인터넷기업 구글 부사장이었던 머리사는 2012년 7월 야후 CEO 발탁 소식과 함께 임신 6개월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전 세계는 ‘유리천장을 진정으로 깨트린 사례’라며 환영했고, 임신부인 머리사를 CEO로 선임한 야후의 용기도 여론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는 취임 직후 포춘지와의 인터뷰에서 “수 주간 출산휴가를 사용할 것”이라고 밝혀 ‘워킹맘’들의 큰 응원을 받았다.

하지만 당초 약속과 달리 머리사는 아들 출산 2주 만에 돌연 복귀했다. 이때도 다른 워킹맘에 대한 기대치를 불공정하게 높이고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며 대내외적인 공분을 샀다. 이듬해 2월에는 재택근무제를 전면 폐지하면서 더욱 거센 비판을 받아야 했다. 여론이 악화하자 머리사는 야후 여직원의 출산휴가를 8주에서 16주로 대폭 늘리고 남성 직원들을 위한 유급 출산휴가(최대 8주)를 도입하는 것으로 비판을 겨우 가라앉혔다.

그런데 12월 쌍둥이 딸 출산을 앞두고 머리사가 또다시 ‘짧은 휴식 후 복귀’ 계획을 밝히자 비난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미 ‘가정근로협회’ 안네 베이스버그 협회장은 머리사의 발표에 대해 “실망스럽다”며 “이는 사람들에게 ‘리더가 되고 싶다면 회사가 휴식을 허락한다 해도 매 시간 남아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고 비판했다. 타임지 선임기자 벨린다 루스콤베도 “여성 임원 탄생이 점차 활발해지는 과도기에는 머리사 같은 인물의 선례가 관건”이라며 그의 발표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영국 여성 방송인 비브 그로스콥은 가디언 기고를 통해 “많은 이들은 머리사의 발표에 분노하고 있다”며 “그는 다른 일하는 여성, 남성들을 고려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 역시 “머리사 때문에 좋은 엄마이자 성공적 직장인이 되고 싶은 수많은 여성은 어마어마한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오바마 “출산휴가 가자” 캠페인에도 실행 더뎌

유엔 산하 국제노동기구(ILO)의 지난해 5월 발표에 따르면, 조사 대상 185개국 중 유급 출산휴가가 없는 나라는 미국과 파푸아뉴기니 두 곳뿐이다. 미국은 1993년 제정된 가족의료휴가법(FMLA)을 통해 12주 무급 출산휴가만 인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직장 여성 중 4명 중 1명은 머리사처럼 불과 2주 이내로만 출산휴가를 쓴다.

이런 실정 탓에 미국에서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인식은 허황된 것으로 여겨진다. 뉴욕타임스(NYT)와 CBS 공동조사에 따르면 비노동 미국인 중 절반 이상이 직장에 다니지 않는 이유로 ‘가정을 책임지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 “출산휴가를 가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가족 친화 정책은 일부 기업에서만 강화된 상태다. 컨설팅 기업 액센튜어는 지난주 출산 여직원이 출장을 갈 경우 수유를 위해 보모가 동반하는 제도를 도입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출산휴가 기간을 20주로 늘렸다. 미 최대 온라인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는 유급출산휴가 1년제를 올해 도입했다.

이마저도 직원들이 실제 활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민간부문에서 회사의 자율적 방침에 따라 유급출산휴가를 보장 받은 근로자는 12%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온전히 쓰기 힘들다. 35세 남성 직장인은 NYT에 “유급출산휴가 12주 가운데 반만 쓸 계획”이라며 “회사는 출산휴가를 ‘필요한 만큼 쓰라’고 말했지만, 이게 곧 ‘12주를 다 쓰라’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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