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 짠돌이 선발 대회 150명 열전
1위는 공인연비 1.5배 기록
"가속폐달 조절 rpm 1800 유지"
지난 5일 강원 인제스피디움 자동차 경주장에서 이색 자동차 경주가 벌어졌다. 굉음을 울리며 속도를 겨루는 일반 자동차 경주와 달리 너무도 조용하게 벌어진 이 경주는 속도가 아닌 연비를 겨루는 거북이 경주대회다. 그래서 운전자들이 연비를 높이기 위해 살얼음판을 걷듯 가속 페달을 조심스럽게 발밥는 바람에 타이어 미끄러지는 소리나 우렁찬 엔진음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현대자동차가 개최한 ‘현대 에코 드라이빙 챌린지’에 지난달 31일까지 현대차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한 150명이 자신의 차량을 몰고 이 대회에 참가했다. 이들은 하이브리드, 듀얼 클러치 변속기(DCT) 및 수동변속기,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승용1(2,000㏄ 미만), 승용2(2,000㏄ 이상) 등 5개 그룹으로 나눠 누가 진짜 ‘연비 짠돌이’인지 가리기 위한 승부를 펼쳤다.
이 대회는 본선과 준결승을 거쳐 그룹별 5위까지 참가한 최종 결승은 총 연장 3.4㎞ 서킷을 세 바퀴 주행 후 연비가 높은 순서로 등수를 결정한다. 공인연비와 비슷한 수준으로는 준결승 진출도 어려웠다. 공인연비보다 최소한 30% 더 나와야 최종 결승에 이름을 올렸다. 먼저 기술진들이 연비를 좋게 하기 위해 차를 개조했는지 꼼꼼하게 점검한 뒤 경기 중 연비측정 장치를 초기화하지 못하도록 차 안에 감시카메라를 달았다.
최종 결승에 참가한 선수들 기록은 대단했다. 이들은 자동차 제원표에 나온 연비를 실제 주행에서 달성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속설을 완전히 뒤집었다. 하이브리드 그룹에서 LF쏘나타 하이브리드 공인연비(18.2㎞/ℓ)의 두 배가 넘는 1리터 당 38.5㎞라는 놀랄 만한 진기록이 나왔다. 일부 참가자들은 “믿을 수 없는 기록” “연비 깡패”라며 혀를 내둘렀다.
최종 결승에서 선수들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 처음부터 시속 60㎞ 정도로 정속 주행하는 부류와 오르막길 전에 충분히 가속한 뒤 내리막에서 가속 페달을 밟지 않고 탄력으로 주행하는 부류였다. 과도한 거북이 운행을 막기 위해 주최측은 17분 안에 골인하지 못하면 무조건 탈락이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최종 결승에서 전체 그룹을 통틀어 종합 우승을 차지한 송하용(30)씨의 차량 벨로스터 터보는 공인연비(12.3㎞/ℓ)보다 53% 나은 연비를 기록했다. 송씨는 “벨로스터의 최대출력이 나오기 시작하는 분당 엔진 회전수(rpm) 1,800을 유지하며 주행했는데 예상 밖에 결과가 나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연비는 최대출력을 발휘하는 rpm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가속페달을 섬세하게 조절한 것이 비결이었다.
자동변속기라도 수동 모드를 이용하면 연비에 큰 도움이 된다. 송씨는 “서킷에서 주행했기 때문에 공인연비보다 잘 나온 것 아니냐”는 질문에 “가속, 감속을 반복하고 급회전 구간이 많아 실제 주행조건과 비슷했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이번 경기를 마련한 것은 ‘현대차의 공인 연비는 뻥튀기’라는 속설을 뒤집기 위해서였다. 곽진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은 “코스 중 가장 높은 곳과 낮은 곳의 고도 차이가 42m였고, 급격한 코너링이 연속되는 서킷에서 연비를 측정하는 것은 업체 입장에서 매우 불리한 일”이라며 “현대차 연비가 결코 거짓이 아니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 모험을 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22일 내수 차량과 수출 차량의 정면충돌 공개실험, 이날 연비 테스트에 이어 현대차와 관련한 속설을 깨기 위한 행사를 계속 실시할 계획이다. 다음달에는 경영진들이 직접 블로거들에게 연구개발, 고객만족, 품질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인제=허정헌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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