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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소리 뒤 뒤집혀… 난간 잡고 사투중 하나 둘씩 파도 휩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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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소리 뒤 뒤집혀… 난간 잡고 사투중 하나 둘씩 파도 휩쓸려"

입력
2015.09.06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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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 "해경 온다… 걱정하지 말라"

구조의 손길 내밀다 끝내 사라져

해경 선박에 "살려달라" 했지만

소리 못들은 채 그냥 지나가기도

6일 해경 관계자들이 제주 추자도 인근에서 뒤집힌 채 발견된 낚시어선 돌고래호 주변에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6일 해경 관계자들이 제주 추자도 인근에서 뒤집힌 채 발견된 낚시어선 돌고래호 주변에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제주 추자도 앞바다에 거꾸로 뒤집힌 돌고래호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승선자는 3명이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쏟아지는 빗속에서 거센 파도를 온몸으로 견뎌내야 했던 이들의 사투는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했다.

5일 오후 7시 38분쯤 제주 추자면 예초리 북동쪽 500㎙ 앞 해상. 이날 새벽부터 시작한 바다 낚시를 마치고 10여분 전 하추자도 신양항을 떠나 출조항인 전남 해남군 북평면 남성항으로 가던 돌고래호가 ‘쿵~’소리와 함께 배 밑바닥을 드러낸 채 뒤집혔다. 인근 가두리 양식장 시설물에 걸리며 엔진이 꺼지더니 파도에 휩쓸려 전복된 것이다. 잠시 후, 낚시객 이모(49ㆍ부산) 씨 등 일행 9명이 휴식을 취하고 있던 선수 쪽 아래 선실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어! 도대체 무슨 일이야?” 휘청거리던 배가 갑자기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자 낚시객들은 서로 뒤엉킨 몸을 헤치고 선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일행들이 모두 빠져 나오자 배는 거짓말처럼 뒤집혔다. 중심을 잃고 바다로 빠질 뻔 했던 이씨는 간신히 배 난간을 잡고 버티며 뒤집힌 배 밑바닥으로 기어올라갔다. 선장 김철수씨 등 5명도 난간을 붙잡은 채 몸부림을 치다 겨우겨우 배 밑으로 올라와 구조의 손길을 기다렸다. 그러나 경사가 진 배 밑바닥에서 몸을 버티기는 쉽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힘이 빠진 일행들을 하나 둘씩 거센 파도에 휩쓸려 사라졌다. “해경이 구조하러 온다고 했다. 걱정 말고 힘을 내라”던 김씨도 바다에 빠진 일행을 구하려고 손을 내밀었다가 그만 미끄러져 바다에 빠진 뒤 실종됐다. 추위와 공포 속에서 얼마나 지났을까. 사고 해역 인근에 지나가던 해경 경비정을 향해 “살려달라”고목이 터져라 외쳤지만 경비정은 무심하게도 그냥 지나가고 말았다. ‘이제 나도 죽는구나.’ 이씨는 마지막 힘이 다했다고 생각되는 순간, 기적처럼 인근 해상을 지나가던 흥성호에 발견됐다. 바다와 사투를 벌인 지 11시간 만이었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어떻게 됐을지 모르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전복된 배 위에서 끝까지 버틴 이씨 등 생존자 3명은 6일 오전 6시 25분께 어선에 의해 구조된 후 헬기를 통해 제주 시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10명은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고, 나머지 실종자는 몇 명인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씨는 “사고 당시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로 뛰어내린 사람들은 바다 위에 떠 있었는데 이들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며 “살 수 있다며 끝까지 믿음을 심어주던 선장 김씨가 사고를 당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제주=김영헌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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