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한 쌍끌이 외교로 실리 도모
섣부른 균형자 역할은 되레 역효과
"北 변수는 핵심 현안" 공감대 조성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새로운 외교실험을 본격화하고 있다.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리더십을 놓고 맞붙는 초강대국(G2)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다. 미국과의 안보협력, 중국과의 경제협력이라는 단선적인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한국이 이슈의 경계를 넘나들며 주도권을 쥐겠다는 ‘이원(二元) 전략’인 셈이다. 미중 양강을 끌어들이는 이른바 ‘쌍끌이 외교’를 통해 실리를 도모하는 새로운 전략의 성공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박 대통령은 이번 방중을 통해 중국과의 밀월관계를 과시하는데 주력했다. 10월 말~11월 초로 한중일 정상회담 시점을 못박아 동북아 3국 협력의 토대를 만들고, 핵과 미사일을 비롯한 북한의 도발위협을 억제하는 성과를 거뒀다. 무엇보다 중국과 앞으로 통일문제를 협의해 나가기로 합의하면서 북한의 급변사태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변화에 중국이 우리의 국익과 배치되는 행동을 할 우려를 차단할 수 있는 협의채널을 확보했다.
이처럼 중국을 다시 한번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했지만 아직은 선언적인 단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한반도의 최대 현안인 비핵화는 별다른 진전이 없다. 정부가 올해 들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북핵 대화방식인 ‘코리안포뮬러’를 제시했지만 주변국의 반응은 기대에 못 미친다. 박 대통령의 외교안보 대선공약 가운데 최우선순위에 올라있는 ‘한미중 전략대화’도 2013년 7월 첫 회의 이후 개점휴업상태여서 비핵화를 견인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박 대통령의 새로운 접근이 이전의 균형외교를 답습한다면 상당한 곤경에 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6일 “정부가 의도하는 북한 문제의 해결방식을 어떻게 구체화시켜 나갈 지가 중요하다”며 “그렇다고 우리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섣불리 균형자로 나서거나 사안을 주도하려고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외교 소식통은 “미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는 우리 생각처럼 그렇게 큰 관심사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당장 이달 말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을 움직일 수 있는 치밀한 전략이 요구된다. 특히 한중의 밀월관계에 내심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는 미국을 상대로 새로운 동북아질서의 청사진을 설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른 외교 소식통은 “10월 16일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미국에 한중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북한 변수는 한중뿐 아니라 한미관계에도 핵심적인 현안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이 이번 방중을 통해 외교의 지평을 넓힌 만큼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전후로 그간 답보상태에 빠진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전향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를 기존의 전략적 모호성에서 벗어나 공론화할 단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모호한 말로 위기를 모면하거나 레토릭(수사)에 그칠 것이 아니라 가령 통일을 어떻게 할지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 양국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유인해가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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