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북단 민간통제구역에서
7000여명 통일 기원 레이스
“언젠가 평양까지 달릴 날도 올 거라 믿어요.”
강원 철원군과 한국일보가 공동 주최한 ‘제12회 철원DMZ국제평화마라톤’대회가 6일 철원군 철원읍 월정리역 DMZ평화문화광장 일원 비무장지대(DMZ)코스에서 7,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특히 이날 대회는 휴전선 철책이 생긴 지 61년 만에 처음으로 모든 참가자에게 중부전선 최북단 민간인통제구역의 속살이 개방돼 의미를 더했다.
개그맨 정진수씨의 사회로 진행된 개막행사에서는 이현종 철원군수와 이종승 한국일보 사장, 이국재 육군 제6보병사단장(소장), 정두언 국회 국방위원장, 배병인 철원군의회 의장, 김동일 강원도의회 부의장 등이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이 군수는 “미래의 통일수도 철원에서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고, 청정 먹거리를 즐기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승 한국일보 사장은 “평화통일의 꿈이 이뤄져 언젠가 평양까지 달리는 대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남북이 긴장국면을 마무리 한 시점인 오늘 건각들이 내 딛는 한 걸음은 평화통일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비무장지대(DMZ)가 국제적인 관심을 받아 남북교류 활성화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희망의 메시지를 띄웠다. 10㎞ 부문에 참가한 찰스 헤이 주한 영국대사는 유창한 한국말로 한반도 평화와 참가자들의 완주를 기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참가자들은 경쾌한 음악에 맞춰 오전 9시부터 풀 코스(42.195㎞), 하프코스(21.095㎞), 10㎞, 5㎞ 순으로 레이스에 들어가 사상 처음으로 개방된 민통선 코스를 달리며 성큼 다가온 가을을 만끽했다.
하프코스에 참가한 이은화(41ㆍ여)씨는 “이곳에서 4㎞만 더 올라가면 북한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며 “출발과 동시에 비가 그치고 푸른 하늘이 나타난 오늘처럼 남북화해 무드가 지속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마라톤 경력 9년째인 김상호(51)씨는 “추수를 앞둔 황금들녘과 시원한 날씨가 풀 코스 완주에 도움이 됐다”며 “내년에도 꼭 다시 찾겠다”고 활짝 웃었다.
외국인 참가자들도 난생 처음 보는 군 검문소와 때 묻지 않은 자연에 이채롭다는 반응을 내놨다. 브라질 유학생 브루노 로드리게스(24)씨는 “곳곳에 총을 든 군인들의 모습이 신기했고, 황금빛으로 물든 들녘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풍경이었다”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날 남자 풀 코스 부문에서는 케냐에서 온 조엘 키마루(33)씨가 2년 만에 정상을 탈환, 아프리카의 검은 돌풍을 재현했다. 여자부에서는 류승화(38)씨가 2위 그룹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이날 육군 제6보병사단(청성부대)은 최고 속도가 마하 2.5로 적의 무인기와 헬기 등을 격추하는 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 신궁(神弓), 155㎜ 견인포, K-6기관총 등 우리 군의 주력화기 전시회를 마련해 어린이와 외국인 참가자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또 배은환(52) 대전시민대 교수는 10㎞ 완주 후 바이올린 선율을 선사하는 즉석 길거리 음악회를 열어 눈길을 끌었다.
행사장 한 쪽에는 철원 오대쌀과 막걸리 등 청정 농산물로 만든 먹거리가 참가자들의 미각을 자극했다. 주최 측은 참가자 전원에게 기념 메달과 철원 오대쌀(3㎏), 스포츠타월 등을 증정했다.
철원=박은성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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