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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눈]공익 예능의 진수 선보인 '무도'

입력
2015.09.06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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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의 출연자 유재석(왼쪽)과 하하가 일본 우토로 마을에 거주하는 재일동포의 비참한 사연을 들은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MBC 방송화면 캡처
'무한도전'의 출연자 유재석(왼쪽)과 하하가 일본 우토로 마을에 거주하는 재일동포의 비참한 사연을 들은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MBC 방송화면 캡처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무도’)이 시청자들을 울려 눈길을 끌었다. 예능프로그램답지 않게 웃음에만 집착하지 않고 아픈 현대사를 돌아보게 해 ‘공익 예능’의 새 모습을 보였다는 상찬까지 얻었다. 지난주 방송된 ‘하시마섬 방문’ 편에 이어 시청자들의 눈물 어린 갈채를 연이어 받았다.

‘무한도전’은 지난 5일 방송된 ‘배달의 무도 세 번째 이야기’편에서 일본의 우토로 마을을 다뤘다. 우토로 마을은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1년 일제가 교토에 군비행장 건설을 위해 조선인 노동자 1,300명을 동원하면서 만들어진 곳이다. 45년 일제가 무릎을 꿇으면서 비행장 건설이 중단됐고, 우토로 마을은 실업자 집합소로 전락했다. 주민들은 일본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하고 철거 위협 속에서 비참한 삶을 이어왔다. ‘무도’의 출연자 유재석과 하하가 우토로 마을에 거주 중인 91세 재일동포 강경남 할머니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며 우토로 마을에 펼쳐진 재일동포의 고단한 삶이 안방까지 진하게 전달됐다.

유재석과 하하는 강 할머니를 위한 성찬 이외에도 여러 선물을 들고 우토로 마을을 찾았다. 일본으로 출발하기 전 할머니가 8살까지 자랐던 고향 경남 사천시 용현면의 현재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고 노트북 화면을 통해 할머니에게 전했다. 고향마을 입구를 지키는 고목이 담긴 사진 앨범과 대형 액자도 선물해 할머니의 향수를 달랬다. 할머니 이외 마을 주민들에게도 스카프가 선물로 전달됐다. 주민들은 스카프를 두르고 세상을 떠난 가족의 사진 등을 각각 들고 집 앞에 서서 마지막이 될지 모를 기념사진을 함께 찍었다. 유재석과 하하는 죄송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죄송합니다” “건강하세요”를 연발했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누르는 장면의 연속이었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 시대에 태어나지 않았다는 것 만으로도 우리는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데…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들이 참으로 부끄럽다”(miny****), “진짜 정말 너무나 죄송하고 모금 지금이라도 다시 하면 좋겠고 ‘무한도전’ 진짜 이제라도 알려줘서 고맙다”(baby****), “무능한 정부보다 ‘무도’가 낫네. 유재석을 외교부장관으로!!”(akir****)라는 호평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기사 댓글에 쏟아졌다. ‘무도’가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억지스럽게 무모한 도전만 하는 예능프로그램이 아님을, 대중의 사랑을 오롯이 받는 진정한 국민 예능프로그램임을 보여준 주말이었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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