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애용 2030 외국인 관광객
"팬카페 통해 메르스 걱정 훌훌"
중국인 등 한국 방문 증가 뚜렷
“비스트 때문에 중국 상하이에서 날아왔어요. 주위에서 위험하다 만류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았어요. 팬카페를 통해 한국이 안전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거든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최한 ‘그랜드 K팝 페스티벌’이 열린 4일 오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입구에서 만난 중국인 관광객 리저쓰(22ㆍ여)씨는 꿈에 그리던 K팝 스타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잔뜩 상기돼 있었다. 이날 행사장엔 모두 3만2,000여명의 관객이 몰려들었고, 이중 외국인은 2만여명에 달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이후 침체된 관광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작정하고 외국인을 불러 모으겠다고 만든 이벤트였다. 소녀시대, 비스트, 씨엔블루, 블락비, EXID, 비투비, EXO의 첸, 샤이니의 태민 등 K팝 스타들이 무대에 등장할 때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비명을 지르며 환호했다.
메르스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 7월 중순부터 방한시장 조기 회복을 위해 적극 나선 정부는 그 첨병으로 K팝 등 한류를 적극 활용했다. 불과 한달 만에 2만명이 넘는 외국인을 불어 모은 건 기대 밖 성과였다. K팝의 강력한 흡입력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이번 행사에 참가한 관광객 상당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하는 20,30대 여성으로, 이들을 통해 한국이 안전하다는 게 더욱 빨리 전파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수들도 관광 살리기에 적극 동참했다. 씨엔블루 소속사는 “K팝을 통한 관광시장 활성화란 행사 취지에 공감해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고, 소녀시대도 “이번 축제에 함께하게 돼서 정말 기분 좋다. 많은 분들이 좋은 추억 만들고 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류 스타들을 활용한 적극적인 홍보 덕에 한국관광시장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문체부에 따르면 지난 5월 21일 메르스 확진 환자 발생 이후 외래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6월은 -41%, 7월 -53%의 급감세를 보였지만 8월 한달간은 -25%를 보이며 그 격차를 줄였다. 특히 8월 마지막 한 주간의 경우 전년 대비 -1.6%까지 치고 올라왔다. 특히 최대 방문객인 중국인 방한객의 경우 8월 마지막 한 주간에 전년대비 6.6% 증가하며 확연한 회복세를 보였다.
관광공사는 방한시장 정상화를 위해 서울과 인천 강원 제주 등에서의 K팝 콘서트를 추가로 계획하고 있으며 해외 관광행사에도 한류 스타들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관광시장 활성화 방법이 한류 말고는 없느냐”는 비판과 함께 “메르스 한방에 무너지는 취약한 한국관광의 체질 개선을 위해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관광공사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로 너무 큰 상처를 입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빨리 안정을 찾아야 했다. K팝 등 한류는 전파 속도가 빠르고 구전 효과가 커서 단기 처방엔 최선책이었다. 볼거리 확보와 친절ㆍ언어ㆍ숙소 문제 해결 등 장기적인 관광활성화 대책도 함께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원기자 sungwon@hankookilbo.com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