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목적지가 다가올수록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레이스는 더욱 치열한 양상을 띠고 있다. 일단 후보는 NC 외국인 타자 에릭 테임즈(29)와 넥센 홈런왕 박병호(29)로 좁혀진 모양새다. 둘은 포지션도 1루수로 같아 골든글러브도 다툴 예정인데 어느 한쪽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15년 만에 한국 프로야구 역대 8번째로 '30(홈런)-30(도루)'을 달성한 테임즈는 8월 중반 부진을 딛고 다시 살아났다. 3일 창원 두산전에서 멀티 홈런과 시즌 33호 도루를 성공하며 사상 첫 40-40에 도루 7개 만을 남겨 놨다. 홈런은 총 41개로 2위. 이미 한 시즌 2회 사이클링 히트라는 전인미답의 기록을 세운 만큼 40-40만 달성하면 MVP는 사실상 테임즈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테임즈는 "40-40이 다가오고 있는데 하루하루 열심히 달리겠다"며 "일단 40홈런 목표를 달성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또한 MVP를 향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 박병호(홈런 47개)를 이기려면 홈런 60개는 쳐야 하지 않겠나"라며 유쾌하게 답했다.
테임즈는 8월 중반 고비를 넘기고 다시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돌아왔다. 8월19일 대전 한화전에서 한 타석 만에 교체됐고, 21일 대구 삼성전에는 선발 라인업에서 빠지기도 했다. 당시 김경문 NC 감독은 테임즈의 팀 분위기를 떨어트리는 행동에 "어리광을 다 받아줄 수 없다"고 강하게 다그쳤다.
그러나 테임즈는 역시 테임즈였다.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0.455 4홈런 10타점 4도루로 활약했다. 테임즈는 "터널을 지나온 상황이었다"며 "터널을 지나면 빛이 있는데 이를 뚫고 나오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안 좋았던 허리 상태에 대해서는 "시즌은 길고 다들 피곤할 때다. 더구나 인조 잔디에서 뛰어 몸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심각하게 아픈 건 아니다. 일반적으로 누구나 부상을 안고 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테임즈가 MVP를 향해 전력 질주를 한 반면 박병호는 쉬어갔다. 최근 손가락 통증을 호소한 박병호는 2일부터 6일까지 5경기 연속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 주말(5~6일) 인천 SK 2연전에 복귀할 예정이었지만 손가락 상태가 완전치 않아 선발 복귀는 미뤄졌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지금 무리하다가 복귀가 더 길어질 수 있다"며 "충분히 쉬는 게 낫다"고 진단했다.
박병호는 홈런 3개를 추가하면 2년 연속 50홈런을 기록한다. 당초 이승엽(삼성)의 한 시즌 최다 홈런(56개)을 넘길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페이스였지만 잠시 쉬어가면서 기록 경신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병호의 폭발력과 꾸준함은 어느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 특히 박빙 상황에서 승부를 뒤집거나 쐐기를 박는 홈런을 여러 차례 폭발시키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벌써부터 박병호 영입전에 뛰어들 복수의 구단들이 언급되며 강정호(피츠버그)보다 높은 몸값으로 빅리그에 입성할 것이 유력하다.
역대 최고 타자로 기억될만한 외국인 타자 테임즈와 토종 거포 박병호의 MVP 레이스는 누가 받든 박수 받아 마땅하다.
사진=NC 테임즈(왼쪽)-넥센 박병호.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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