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日 과거사 중시하며
中 동북공정·현안에 함구 모드
"한중 협력 긍정적 면만 부각" 지적
한미 정상회담 앞두고 美 상대로
中 밀착 우려 불식에 집중할 듯
美-中 사이 적절한 전략 과제
동북아 신질서 우리 외교 과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 결과를 두고 여야 정치권에서도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전 원내대표조차 4일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하는 것은 참 잘하신 일이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국내의 후한 평가와 달리 동북아 신질서는 박 대통령에게 상당한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특히 이번 외교 성과가 중국의 세계 전략과 따로 떼놓고 설명할 수 없다는 점에서 중국 주도의 일방외교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특히 10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을 상대로 ‘중국 경도론’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과제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中 의존 대신 동북공정 등 지적도 필요
박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중국 인민일보 인터뷰에서 “역사를 인정하지 않는 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라며 일본의 인색한 과거사 사과를 꼬집었다. 항일전쟁 승전 70주년을 기리기 위해 한중 정상이 뭉쳤던 방중의 의미를 되짚은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를 이렇게 중시하는 박 대통령이 중국의 ‘동북공정’ 역사 왜곡 시도 등에는 한 마디도 못한 것은 문제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2일 한중 정상회담 결과 발표문에도 양국의 우의를 다지는 합의 사항들만 발표됐을 뿐 중국에 따져야 할 현안들은 하나도 담기지 않았다. 2001년 동북공정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중국의 한반도 고대사 중국 내부 편입 시도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들어선 이후에도 계속되는 상황이었다.
정부가 한중협력의 긍정적 측면만 부각시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상회담 성과로 확인된 6자회담 재개 노력이나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등도 중국 측 발표에서 누락되거나 건조한 표현으로 수정되기도 했다.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 역할론을 거듭 강조하며 ‘조속한 한반도 평화통일’을 언급한 것도 오히려 북한만 자극하고 지나친 한중 밀착으로 미국에 의구심을 갖게 했을 수도 있다. 중국과 적절한 협력 관계가 아닌 과도한 의존처럼 보이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주문이다. 김준형 한동대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한미동맹 기초 위에 중국과 친해지는 연미화중(聯美和中) 정도가 맞다”고 지적했다.
美中 사이 적절한 줄타기도 필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도 과제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3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일과 한미중을 양쪽 축으로 하는 집중적인 외교활동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정부는 유엔 총회 계기 한미일 외교장관회담과 한중ㆍ한미 6자회담 대표 접촉 등을 앞두고 있다.
관건은 미국을 상대로 우리 정부가 ‘중국 경도론’을 어떻게 설명하고 납득시키느냐에 달려있다. 물론 미국은 1일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확인했고 북한 문제 해결과 역내 안정을 위해 한중협력 무드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미중의 경쟁 구도가 언제든 격해질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적절한 줄타기도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이 북한과 한반도 문제에서 역할을 할수록 미국에게도 이득이라는 설득과 함께 동북아평화협력구상 차원에서 한중일, 한미일 협력 등 다양한 틀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상원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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