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0일 만에 ‘선발 투수’ 봉중근, 가능성 봤다
LG 왼손 투수 봉중근(35)은 선발에 대한 미련이 마음 한 편에 남아 있었다.
메이저리그 생활을 접고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선발 투수로 38승(36패)을 수확했지만 2011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 이후 이듬해 마무리로 돌아섰다. LG의 뒷문을 책임진 봉중근은 3년 동안 94세이브를 챙기며 정상급 소방수로 활약했다.
그러나 올 시즌 눈에 띄게 구위가 떨어졌다. 45경기에 나가 5승2패15세이브 평균자책점 4.61을 기록했다. 팀 승리를 날리는 블론 세이브도 5차례, 이닝당 출루 허용률(1.66)과 피안타율(0.316)도 부끄러운 수준이었다.
봉중근은 마무리 보직에 부담감을 느끼고 선발 투수 복귀 의사를 팀에 전했다. 이에 양상문 LG 감독은 지난달 24일 봉중근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하고 2군으로 보내 선발 수업을 받도록 했다.
봉중근이 마침내 4일 잠실 kt전에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2011년 5월18일 광주 KIA전 이후 1,750일 만의 선발 복귀전이다. 당시 기록은 2이닝 3실점. 양 감독은 경기 전 “선발 첫 등판은 투구수 60~70개 정도로 제한할 것”이라며 “한번 던지고 5~6일 간격으로 내보내겠다”고 밝혔다.
봉중근이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르며 가능성을 보였다. 최근 불붙은 kt 타선을 4이닝 동안 3피안타(1홈런) 1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총 투구 수는 64개였고, 최고 시속은 143㎞를 찍었다. 직구(33개)와 체인지업(16개), 커브(7개), 투심(6개), 슬라이더(2개)를 섞어 던졌다.
봉중근은 1, 2회 모두 1사 이후 주자를 내보냈지만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3회에는 2사 후 1번 오정복에게 볼넷, 2번 이대형에게 좌전 안타를 맞아 1ㆍ2루 위기에 몰렸으나 3번 앤디 마르테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4회에는 5번 댄 블랙에게 솔로 홈런을 내줘 유일한 실점을 했을 뿐 무난한 투구를 했다.
LG는 봉중근의 호투를 발판 삼아 kt를 8-1로 꺾고 4연패에서 벗어났다. 봉중근 대신 5회부터 등판한 김지용이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시즌 첫 승을 수확했다.
인천에서는 SK가 에이스 김광현의 호투를 앞세워 삼성을 9-1로 꺾고 최근 5연패, 삼성전 6연패 늪에서 벗어났다. 김광현은 메이저리그 7개 구단 스카우터가 지켜보는 가운데 8이닝 1실점 완벽투로 시즌 12승(3패)째를 수확했고, 개인 통산 1,000탈삼진(역대 27호)을 달성하는 기쁨도 누렸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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