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 내용 확인도 않고 제작ㆍ유포
수사결과 모두 허위… 기자 2명 기소
배우 이시영(33)씨의 성관계 동영상이 있다는 이른바 ‘이시영 찌라시’의 최초 발원지는 특정 대학 출신 기자와 국회의원 보좌관들의 동문 모임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의 한 사립대 출신인 모 지방지 기자 신모(28)씨는 지난 6월 29일, 같은 대학을 나온 기자와 국회의원 보좌진의 동문 모임에 참석했다. 1차 회식을 파한 뒤, 2차 자리에서 그는 자신과 동석한 4명에게 “예전에 연예기획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알게 됐다”면서 이씨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이씨의 성관계 동영상이 존재하는데, 이는 이씨의 소속사 사장이 협박용으로 제작한 것으로 검찰이 소속사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해 지금도 갖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신씨는 특히 “현재 유력 언론사 법조팀이 취재에 들어갔고, 이씨가 이 사실을 알고 자살을 시도했다고 한다”고도 말해, 자신이 한 말의 신빙성을 더했다.
워낙 자극적인 내용이었던 만큼, 소문이 급속히 퍼질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신씨와 동석한 4인 중 전문지 기자인 또 다른 신모(34)씨는 다음날 오전 8시 자신의 집에서 전날 들은 이야기를 곧바로 찌라시(사설정보지) 형태로 작성, 오전 9시20분부터 20분에 걸쳐 회사 동료기자 11명에게 미스리 메신저로 뿌렸다. 오전 10시34분과 오후 1시54분에도 지인 2명에게 카카오톡을 통해 전송했다. 이후 ‘이시영 찌라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급속도로 유포됐고, 이씨와 소속사는 “사실무근인 찌라시를 퍼뜨린 사람을 처벌해 달라”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 조사결과, 이씨 측 주장대로 문제의 찌라시 내용 가운데 ‘사실’은 단 하나도 없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김영기)는 허위사실을 퍼뜨려 이씨와 소속사 대표 정모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상 명예훼손)로 전문지 기자 신씨를 구속기소 했다고 4일 밝혔다. 신씨에게 헛소문을 전달한 지방지 기자 신씨도 형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들은 찌라시 내용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으면서도 마치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던 것처럼 이야기하고, 사실 여부에 대한 확인 노력도 전혀 하지 않은 채 문서를 만들어 유포했다”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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