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님이 조국 광복을 위해 달렸다면 저는 한반도 평화통일을 기원하며 열심히 뛰어야죠.”
철원DMZ국제평화마라톤에 참가하는 이준승(48) 손기정 기념사업회 사무총장은 이번 대회에 대한 감회가 남다르다. 베를린 올림픽의 영웅 고 손기정 선생의 외손자인 그는 “할아버지가 베를린으로 가기 위해 몸을 실었던 경원선 구간인 월정역 일대가 대회 코스에 포함됐다”며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한반도 평화통일 가까워 진다는 기원을 하며 달리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현재 민족스포츠인 마라톤을 국제적인 스포츠 관광자원으로 개발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찰스 헤이(50) 주한 영국대사는 3차례 마라톤 완주 경력이 있는 마라톤 마니아다. 5km 코스에 참가하는 그는 “세계 유일한 분단의 현장인 DMZ를 달리는 경험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며 “한반도의 통일을 기원하며 뛰겠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바이올리니스트 배은환(52) 대전시민대학 교수는 “10㎞ 완주 후 대회가 마무리 될 때까지 감미로운 선율을 선사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장에서 ‘야외음악회’를 열어 기존 마라톤대회에선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이벤트를 보여주겠다는 게 배 교수의 얘기다. 배 교수는 이준승 사무총장과 지난달 시베리아 횡단열차 유라시아 친선특급 원정대로 참여해 인연을 맺어 이번 대회에 함께 참가하게 됐다.
뉴욕 줄리어드 음악원 출신인 배 교수는 그 동안 열차 안에서 KTX연주회를 여는 등 클래식 대중화를 위한 재능기부를 해왔다. 열차를 타고 유라시아 친선특급 원정대로 참여한 지난 7월 러시아에서도 길거리 연주회를 열어 눈길을 끌었다. 배 교수는 “완주를 위해 온 힘을 쏟아 부은 러너들에게 에너지를 충전해 줄 경쾌한 선율을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유병원(57)씨는 이번 대회에서 300번째 풀 코스(42.195㎞)에 도전한다. 2004년 12월 마라톤에 입문한 유씨는 레이스는 자신과의 약속이라고 여기며 한 차례도 버거운 풀 코스를 299차례나 완주했다. 2008년 ‘센추리 클럽(풀 코스 100회 완주)’에 가입한 이후 7년 만에 의미 있는 도전에 나선다. 유씨는 대회를 앞두고 일주일에 다섯 번씩 오전 5시부터 두 시간 넘게 서울 송파구 성내천을 뛰면서 몸을 만들어왔다. 이 대회에 2007년부터 9년째 빠짐 없이 참가하고 있는 그는 “우연한 기회에 등산 동호회원들의 권유로 시작한 마라톤이 이제 삶의 일부가 됐다”며 “마음을 비우고 레이스에 집중하면 생애 처음 ‘서브3(풀 코스 3시간 이내 완주)’달성을 조심스럽게 기대하면서 유쾌한 도전에 나서겠다”고 활짝 웃었다.
대한민국 대표미인 2015 미스코리아 입상자들도 함께 뛴다. 영예의 진을 차지한 이민지(24)씨를 비롯해 김정진(20ㆍ선), 김예린(19ㆍ선), 소아름(22ㆍ미), 한호정(24ㆍ미), 최명경(21ㆍ미), 박아름(24ㆍ미)씨 등 7명은 5㎞ 코스를 뛰며 건강미를 발산한다.
이밖에 참가자들의 기록 향상을 위해 달리는 페이스 메이커와 교통통제와 부상자 후송 등 ‘마라토너 지킴이’이 역할을 맡는 인라인 패트롤, 응급처치 요원, 경찰 관계자, 육군 5군단과 제6보병사단 병사들도 대회 성공을 위해 힘을 보탠다.
철원=박은성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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