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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버릴 때 돈 내라면 유기견 더 많아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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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버릴 때 돈 내라면 유기견 더 많아질 것

입력
2015.09.04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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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동물보호협회 리틀페어 국장

폴 리틀페어 국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잔다리로 동물보호단체 카라 사무실에서 동물보호교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폴 리틀페어 국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잔다리로 동물보호단체 카라 사무실에서 동물보호교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반려동물 소유권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돈까지 내고 버릴까요?”

지난달 동물보호단체 카라와 서울대공원 등의 초청으로 ‘동물보호 교육’강연을 위해 한국을 찾은 영국 왕립영국동물보호협회(RSPCA) 폴 리틀페어(53) 국제협력국장은 최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한국정부가 도입을 논의할 ‘소유권 포기 동물인수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오래된 기계를 버릴 때 재활용을 해야 한다며 돈을 내라고 하면 눈에 띄지 않는 장소에 가서 버리는 것과 반려동물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정부는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을 통해 내년부터 반려인들이 반려동물을 불가피하게 버릴 경우 소유권을 포기하면서 비용을 납부하게 하는 ‘소유권 포기 동물인수제’도입을 논의하기로 했다. 유기된 동물은 지역자치단체가 보호하면서 새 가정을 찾아준다는 취지다.

리틀페어 국장은 “반려동물의 소유권을 돈을 내고 포기하라면 유기견들이 지금보다 더 위험해질 수 있다”며 “영국의 보호소들은 반대로 강아지를 입양하려는 사람에게 약 60~80파운드 가량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입양자에게 비용을 지불하게 함으로써 책임감을 갖게 할뿐 아니라 지불한 돈을 나머지 유기견과 단체를 위해 사용한다는 것을 알려주면 기쁘게 비용을 낸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RSPCA가 1년에 새 가정을 찾아주는 유기견만 6만여 마리에 달한다.

리틀페어 국장은 최근 서울대공원의 사슴, 흑염소 등 매각에 대해 “전시동물이 일반 유통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동물원의 전시 동물과 식용 동물은 원칙적으로 관리체계가 다른데 전시 동물이 식용고기로 유통되는 것 자체가 이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개체 수 조절을 위해서는 암수 분리, 중성화 수술 등 인도적 방법을 통해야 하며 상황이 급박할 경우 식용고기로 판매할 것이 아니라 안락사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사슴은 공포를 느껴서 죽기도 하는 예민한 동물인데 트럭으로 이동시킨 것은 대단한 스트레스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SPCA는 1824년 설립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동물보호단체다. 영국 리츠대에서 중국어를 전공한 리틀페어 국장은 중국의 열악한 동물원 환경과 잔인한 도축 장면을 목격하고 동물보호 활동에 뛰어들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아시아 국가를 상대로 동물학대 방지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동물보다 사람이 먼저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 “암 연구 지원과 치매 연구 활동 중 어떤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면서 “인간의 복지는 끝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복지가 실현된 다음 동물을 돕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동물복지가 다른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사람과 동물 모두 중요한 것이고 나와 내가 속한 조직은 동물을 위해 일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ㆍ사진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김혜리 인턴기자 (숙명여대 경영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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