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적발된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탈루 소득액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었다.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고소득 자영업자 세무조사 실시 현황’자료에 따르면 적발된 소득 탈루자는 870명에 직종은 의사, 변호사, 예식장 및 룸살롱 경영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이 신고한 소득액은 1조3,296억 원에 불과했다. 여기에 적발된 탈루액 1조51억 원만 더해도 실제 소득액은 2조3,347억 원이니, 100원 벌면 43원은 뒤로 빼돌렸다는 얘기다.
지난해 적발된 고소득 자영업자 소득 탈루액 1조원은 2010년 4,018억 원에 비해 4년 새 무려 2.5배 가까이 급증했다. 현 정부 출범 후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에 따른 세무당국의 적극적 색출이 성과를 거둔 결과이기도 하지만, 고소득 자영업자의 탈세가 캐면 캘수록 드러날 정도로 만연해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들 소득 탈루자들에게서 추징한 세금 5,413억 원은 올해 세법개정안을 통해 서민ㆍ중산층과 중소기업이 각종 감면혜택을 받아 지난해보다 덜 내게 된 총 세부담 감소액 1,525억 원의 4배에 육박한다.
탈루수법이 새로울 건 없다. 룸살롱 주인 A씨는 카드로 결제한 술값만 세무서에 제출하는 가짜 장부에 적고, 현금으로 받은 술값은 따로 빼돌렸다. 피부과 의사 B씨는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면서 환자 알선업체로부터 병원비를 정산 받는 과정에서 치료비 일부를 현금으로 받아 빼돌리는 방법을 썼다. 요컨대 소득 탈루의 핵심 고리는 현금거래지만, 일일이 현장을 쫓아다니며 적발할 수 없어 ‘빙산의 일각’만 드러나는 게 문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고소득 자영업자(종합소득세 과세액 2,300만원 이상) 중 5개월 이상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지 않은 특별관리 대상자만 8만6,910명에 달했다. 이들 중 10%인 8,700명 정도만 소득을 탈루했다고 쳐도 적발된 870명의 10배인 셈이다. 전문가들이 “제대로 걸러내면 1조원이 아니라 11조원까지도 충분히 적발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고소득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만연한 소득 탈루는 국가 세수의 누수뿐 아니라, 공평과세 원칙을 크게 훼손하는 중대 범죄다. 일벌백계 차원의 처벌을 더욱 강화하고 지속적인 색출을 통해 납세 기강을 다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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