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틱 창법과 다양한 레퍼토리 노련한 무대매너를 주무기 삼아
복면가왕·불후의 명곡 등서 활약 "얼굴 알릴 좋은 기회" 출연 러시
“그간 가왕은 모두 가수였는데, 하와이는 가수가 아니라 연기나 코미디 등 다른 직업도 가지고 있을 것 같다.”
지난달 30일 MBC ‘복면가왕’에서 11대 가왕에 오른 ‘네가 가라 하와이’에 대해 작곡가 김형석이 내놓은 평이다. 록부터 댄스까지 소화하는 가창력은 물론 “관객을 향해 하나하나 손짓하며 챙기는”(김형석) 무대매너가 가수와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네티즌들은 자세나 노래 부르는 버릇 등을 근거로 그녀를 뮤지컬 배우로 추측하고 있다.
한 주 앞선 지난달 21일 KBS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에는 뮤지컬 배우 한지상이 출연해 고 반야월의 ‘산장의 여인’을 리메이크해 불렀다. 올해 초 이장희의 ‘애인’을 리메이크해 우승을 거머쥐었던 그는 딸들의 지원사격을 받으며 ‘아빠의 청춘’을 부른 박상민에 패했지만, 황치열과 호란을 꺾어 실력을 증명했다.
뮤지컬 배우들의 음악 프로그램 출연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깜짝 이벤트 수준이 아니라 우승을 넘보는 정도다. 기승전결을 갖춘 드라마틱한 창법과 다양한 레퍼토리, 화려한 퍼포먼스, 노련한 무대매너가 주무기다.
방송 5달째에 접어든 ‘복면가왕’의 경우 아직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하와이’를 제외하더라도 뮤지컬 배우로 이건명 송원근 등이 출연했다. 2012년 시작한 ‘불후의 명곡’은 아예 뮤지컬 배우의 텃밭이다. 정성화 김다현 한지상 임태경 손준호 김소현 민영기 김선경 등이 줄줄이 출연했다. tvN ‘퍼펙트싱어’(박완 최수형), JTBC ‘끝까지간다’(김희원) 등 케이블채널까지 범위를 넓히면 가요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뮤지컬 배우들은 셀 수 없이 많다.
뮤지컬 배우들의 가요 프로그램 출연 러시는 “실력은 검증됐고 얼굴은 신선하기 때문”이다. 민철기 ‘복면가왕’ PD는 “프로그램 취지가 편견 없이 실력을 평가하는 것인데 뮤지컬 배우들은 인정할 만한 실력에 인지도는 낮아 선호 대상”이라고 말했다. 가수들이 록 R&B 등 특정 장르에 매달리는 반면 뮤지컬 배우는 다양한 창법을 구사하는 점이 최대 강점이다. 뮤지컬 배우 이건명은 “한 작품에 3~4년씩 출연하는 브로드웨이와 달리 한국 뮤지컬 배우는 1년에 3~4개 작품에 출연하니 연출가와 음악감독이 원하는 창법을 구사할 줄 안다. 생존하기 위해 다양한 발성을 훈련하는데 이게 요즘 음악프로그램 포맷에 딱 맞는다”고 말했다. 단 “(가수들에 비해) 두성과 비강통 등 온 얼굴의 근육을 쓰고 성대를 비비는” 뮤지컬 배우들의 창법은 관객마다 호오가 나뉜다.
노래를 리메이크하고 판정단 평가를 받는 프로그램인 탓에 무대 퍼포먼스가 중요해진 점도 이유로 꼽힌다. 권재영 ‘불후의 명곡’ PD는 “민영기나 손준호는 노래에 연기까지 하더라. 뮤지컬 배우들은 가수들이 못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무대를 장악한다”고 말했다.
배우들 역시 대중적 인지도를 쌓을 수 있어 출연을 마다하지 않는다. 특히 새 공연을 앞둔 경우 큰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한지상은 “출연 중인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건명은 “최근 뮤지컬 배우들이 단독 콘서트를 여는 등 활동 분야를 넓히는 추세도 (방송 출연) 이유가 된다. 채널이 늘면서 요리사 스포츠선수 등 신선한 얼굴을 찾는 방송사와 이름을 알리려는 배우들의 요구가 서로 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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