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해진 北中 관계 반영" 주장
시진핑과 독대도 없었던 듯
일각선 "최고지도자들과 같은 열에
中 나름대로 배려 담겨" 분석
이번 행사 계기 고위급 교류 여지도
중국이 3일 전승절 열병식에서 보여준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에 대한 예우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최룡해 푸대접으로 북한에 불편한 중국 심기를 보여줬다는 분석이 있지만, 적절한 대우였다는 반론과 함께 이번 행사를 계기로 북중 고위급 교류가 재개될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날 중국 전승절 70주년 열병식 행사에서 최룡해는 베이징 천안문 성루에 마련된 참관석 앞줄 오른쪽 맨 끝에 앉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가장 먼 자리였다.
반세기 전인 1954년과 59년 열병식 당시 김일성 북한 주석이 마오쩌둥 주석 바로 옆자리에서 섰던 데 비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부부 등이 시진핑 주석 오른편 두 번째와 5, 6번째 등 중심부에 배치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최룡해를 최고지도자급 외빈 명단에 포함시키긴 했지만 중앙에서 멀리 떨어져 카메라에도 잘 잡히지 않는 자리에 배치한 것은 중국의 북한 홀대로 해석되기도 했다. 열병식 시작 전 단체 기념사진 촬영에서도 최룡해는 둘쨋줄 오른편 끝 구석자리에 배치됐다.
관심을 모았던 최룡해와 시진핑 주석의 독대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룡해는 노광철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과 이길성 외무성 부상을 이끌고 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2일 오후 늦게 베이징에 도착해 만찬 행사에서 시 주석과 악수를 나누기는 했다. 하지만 따로 인사를 하며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할 시간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원해진 북중관계를 반영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그러나 중국이 북한을 푸대접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특별대우도 손님 취급도 받지 않았다고 본다”며 “전통적으로 북중관계는 밀고 당기는 전략적ㆍ전술적 이해관계가 상수로 관찰된다”고 말했다. 중국이 북한을 혈맹 우호국으로 대하는 입장이나 양국의 서로에 대한 전략적 필요성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좌석 배치의 경우 중국 입장에서 보면 국가원수가 아닌 최룡해를 외국 정상과 국제기구 수장 50여명보다 중심에 배치하기 힘들었을 수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천안문 성루 앞줄은 원래 국가원수급 인사가 앉고 뒷줄에 외무장관 등 그 다음 서열이 앉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최룡해가 국가원수는 아니나 중국이 최고지도자급 외빈으로 분류했기 때문에 끝이긴 하나 앞줄에 앉힌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과 최룡해가 마주치는 불편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는 중국의 배려가 반영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일각에선 이번 행사를 계기로 지난해 3월 이후 끊긴 북중 고위급 교류가 재개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음달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에 중국이 답방 형식으로 공산당 고위급 인사를 파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떠한 행동에도 반대한다”고 경고하는 등 냉랭한 북중관계 기조는 여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송은미기자 mys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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