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재산을 미혼의 딸에게 남긴다.”
미국 독립전쟁 발발 첫날 영국군의 침공 소식을 알린 영웅이자 은세공업자였던 폴 리비어(1735~1818)의 유언장 서두다. 이어 손자 가운데 한 명을 지목한 다음 “딱 1달러만 주고, 나머지 재산에는 손 대지 못하게 하라”고 쓰여있다.
200년 가까이 된 이 오래된 유언장을 비롯 미국의 식민지 시대부터 21세기까지 살아온 유명인들의 마지막 목소리를 온라인에서 클릭 한 번으로 손쉽게 찾을 수 있게 됐다. 미국 가계(家系) 조사 서비스업체 앤세스트리닷컴(Ancestry.com)이 1668년부터 2005년까지 미국 50개주 3,000여개 카운티 법원에 접수된 유언장 1억7,000여 건을 디지털화해 사이트에서 제공하기 시작했다고 미 주간 타임이 2일 보도했다.
데이터에는 목화씨를 빼내는 기계를 발명해 섬유산업의 발전을 이끈 엘리 휘트니(1765~1825)의 유언도 들어 있는데, “두 조카에게 1,000 달러씩 물려줄 것”을 당부했다. 미국 건국초기 유명 정치가이자 엄격한 인물로 기억되는 대니얼 웹스터(1782~1852)는 “조지 워싱턴의 얼굴이 새겨진 코담배갑과 낚시 도구를 사랑하는 손자에게 남긴다”고 밝혀 부드러운 모습을 보였다. ‘톰 아저씨의 오두막’을 쓴 작가 해리엇 비처 스토(1811~1896)는 “철도회사 주식과 플로리다 주 오렌지 농장을 아들에게 주겠다”는 유언을 남겼다.
모든 자료를 디지털화하고 완성하는 3년 동안 1,000만달러(약 120억원)가 투입됐다. 앤세스트리닷컴 관계자는 “유언장은 인간의 진면모를 가장 생생하게 그려낸다”며 일상적인 내용을 담은 유언장이 후세에 전해질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한다.
매사추세츠대학 애머스트 캠퍼스 역사학과 로라 러빗 교수는 “유언을 통해 해당 인물의 일상과 소유 재산, 가치는 물론 무엇을 소중히 여겼는지를 엿볼 수 있다”며 “수 세기에 걸친 삶과 역사를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평했다.
앤세스트리닷컴은 1983년 유타주 프로보에서 설립된 후 2009년 기업공개(IPO)를 했으며 지난해 매출은 6억달러, 유료 회원 수는 약 220만 명에 달한다.
전영현 인턴기자(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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