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ㆍ한빛청소년대안센터 손잡고 학교 밖 청소년 등 대상 이동 상담
“학교를 중퇴했다가 유레카 선생님들을 알게 된 후 이젠 꿈을 갖게 됐어요.”
2일 오후 7시를 훌쩍 지나 어둠이 깔릴 무렵 서울시 송파구 문정공원. 캠핑 카 한대가 들어서자 10대 청소년 네댓이 차가 멈추기도 전에 기다렸다는 듯 반갑게 차를 향해 뛰었다. “선생님, 오늘은 늦었어요. 왜 이제 와요.” 아이들은 캠핑카에서 내린 30대 남성을 향해 친한 형을 만난 듯 인사를 건네더니 차 안으로 들어가 책상과 의자를 꺼내 캠핑카 앞에 설치하고 차량용 차양을 설치하는 일을 도왔다.
이 캠핑카는 송파지역 학교 밖 청소년이나 학업 중단 우려가 있는 청소년들을 찾아가는 이동상담소 ‘찾아가는 캠핑카, 유레카(Your Dream Raising Car)’다.
송파구의 행정ㆍ재정적 지원을 받아 한빛청소년대안센터가 지난해 6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함께 움직이는 세상’ 공모사업 등을 통해 마련된 유레카는 매주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송파지역 6곳을 돌며 오후 7~11시 청소년 상담을 하고 있다.
캠핑카 안에는 상담을 위한 소파와 테이블뿐 아니라 간단한 음식 조리와 휴식이 가능해 쉼과 먹거리가 필요한 청소년들에게 쉼터 역할을 한다. 그러다 보니 이동상담소 운영 초창기에는 캠핑카에 대한 관심 때문에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한희규 캠핑카 이동상담소 팀장은 “상담사들은 이렇게 찾아온 학교 밖 아이들에게 캠핑카를 일종의 놀이터로 제공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고민을 상담해주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한 팀장은 이날 청소년들이 살갑게 맞이한 30대 남성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날 이동상담소 설치를 돕던 상당수 아이들도 운영 초기 캠핑카에 대한 관심을 보이다가 가슴 속에 쌓아뒀던 고민을 하나 둘씩 털어놓기 시작했고, 이제는스스로 상담사들을 돕고 있다. 김철희(18)군은 “작년에 고등학교 1학년을 중퇴했는데 상담 선생님들을 만나서 대안학교에 다니게 됐다”고 캠핑카와의 인연을 털어놓았다. 벼랑끝에서 만난 캠핑카 상담사들의 도움으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려는 의지도 생겼다.
김 군은 “얼마 전 고졸 검정고시에도 합격했어요. 헤어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돼 이젠 미용 기술을 배워보려 해요”라며 환한 웃음을 보였다.
캠핑카를 중심으로 10여m 떨어진 곳에 5개의 상담 테이블이 설치되자 유레카를 찾는 아이들의 수는 금새 20여명으로 훌쩍 늘어났다. 각 테이블에는 상담 봉사원들이 앉아 아이들의 고민을 들은 후 유명 연예인이나 인기 오락프로그램을 빗대 설명을 하며 함께 고민을 풀어나갔다. 유레카가 문정공원을 찾으면 하루에 30~50명의 학생들이 찾아온다. 올해는 8월말까지 800여명(상담 자료 작성 기준)이 상담을 받았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한희규 팀장은 “학교 밖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뛰어들어 대화 상대와 쉼터 역할을 해주고 있다”며 “유레카를 단순한 이동상담에만 그치지 않고 청소년들과 주민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마을공동체 형태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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