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정서 고려 축하의미 패션
펑리위안 붉은 원피스와 묘한 조화
박근혜 대통령은 3일 중국의 전승절 기념행사에 황금색 재킷을 입고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그간 박 대통령이 해외순방이나 외국 정상을 만날 때 상대국을 고려한 드레스코드로 ‘패션외교’를 펼쳐온 만큼 이날 행사의 성격과 중국 인민들의 정서를 두루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박 대통령의 황금색 의상은 중국의 공식예복인 인민복 차림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어두운 색 양복을 주로 입은 30개국 정상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었다. 스스로를 지신(地神)의 후손으로 믿는 중국인들에게 황금색은 드넓은 대지의 상징이자 ‘황제의 색’이며, 붉은색과 더불어 복(福)을 가져다준다고 여겨진다. 박 대통령은 중국이 민족부흥과 군사굴기에 초점을 맞춰 역대 최대 규모의 전승절 행사를 준비해온 것을 고려해 축하의 의미로 이런 복장을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박 대통령의 황금색 상의는 시 주석의 부인인 펑리위안 여사의 붉은색 원피스와 묘한 조화를 이뤘다. 전승절 행사에 앞서 각국 정상들과 단체 기념촬영을 하는 자리에서 시 주석의 왼편에 펑 여사가 자리했고, 그 옆에 박 대통령이 나란히 섰다. 붉은색과 황금색 의상을 입은 두 사람의 모습이 마치 중국에서 길조를 위해 붉은색 천에 황금색 자수를 놓거나 글씨를 새긴 것을 연상시켰다는 평이다.
박 대통령의 패션외교는 이번 중국 방문 내내 계속됐다. 전날 푸른색 상의를 입고 베이징에 도착한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전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붉은색 계열인 자주색 상의로 갈아입고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를 잇따라 만났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한중 정상회담에서 대부분 붉은색 옷을 입어왔다.
베이징=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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