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4위에 머물고 있는 넥센은 선두권 싸움을 위해서는 매경기 총력전을 벌여야 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4번 타자는 휴식을 취하고, 마무리 투수는 2군에서 구위를 가다듬는다. 더 멀리 보고 가는 염경엽(47) 넥센 감독의 방침이다.
염 감독은 지난 2일 LG전에 앞서 "박병호(29)의 오른 중지가 피로누적으로 부었다. 박병호는 오늘 경기에 나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병호가 선발에서 제외된 건 지난해 7월12일 목동 NC전 이후 417일 만이다. 2012년 4월7일 두산전부터 이어오던 508경기 연속 출장 기록도 멈췄다.
염경엽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박병호에게 "오늘로 연속 출장 기록은 끝이다"고 선언했다. 팀이 어떤 긴박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대타 박병호' 카드를 꺼내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감독과 4번 타자간에 쉽게 이뤄지기 힘든 약속이기도 했다. 하지만 염경엽 감독이 뜻은 확고했다. 염 감독은 "확실히 정해놔야 하지 않나. 아니면 나도 박병호를 쓰고 싶어진다. 감독 입장에선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나. 박병호는 타석에 서 있기만 해도 상대가 압박을 받는 타자다"고 밝혔다.
그동안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선발에서 빠진 박병호가 만약 대타로 대기하게 된다면 온전한 휴식을 가질 수 없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건강한' 박병호로 빨리 돌아와야 팀에도 더욱 플러스가 될 수 있다. 염경엽 감독은 "한두 경기를 잘 하는 것보다 남은 시즌을 잘 치르는 게 더욱 중요하다"며 '지금 당장'에만 욕심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근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 마무리 손승락(33)에게도 한 박자 쉬어갈 시간을 줬다. 손승락은 2일 LG전에서는 9-5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올라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동안 5피안타 3실점하며 고개를 숙였다. 결국 이날 경기 뒤 염 감독은 손승락의 2군행을 지시했다. 손승락이 비운 뒷문은 조상우와 한현희가 더블 스토퍼 체제로 막을 예정이다.
전반기 36경기에서 3승3패 16세이브 평균자책점 2.48로 순항하던 손승락은 후반기 들어 구위가 뚝 떨어졌다. 후반기 성적은 3패 5세이브 평균자책점 10.13에 그친다. 전반기 0.255였던 피안타율은 후반기 0.407로 치솟았다. 김진욱 스카이 스포츠 해설위원은 "손승락이 많이 지쳐 있는 모습이다. 그동안 많이 던진 피로가 누적이 된 것 같다. 컷 패스트볼이 상당히 좋은 투수인데 마음 먹고 던지는 공이 조금씩 볼로 빠져나간다. 예전에는 볼이 높아도 타자의 배트를 밀고 나갔는데, 이제는 밀어내지 못하니 안타로 연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염경엽 감독은 "손승락은 안 쓸 선수가 아니다. 포스트시즌을 대비해 준비할 시간을 주겠다"고 말했다. 당장 불펜을 지켜주는 것보다 한 차례 호흡을 가다듬을 시간을 주는 이유다. 김진욱 위원은 "급선무는 구위 회복이다. 휴식도 하나의 방법이다. 회복을 위해 마음 편히 휴식을 취하는 게 선수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사진=염경엽 넥센 감독.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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