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금융·재벌 개혁 등 망라, 중도 겨냥 '개혁' 71차례 언급
역사교과서 국정화·민노총 비난… 전통 지지층 의식한 발언도 병행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일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개혁적 보수의 길을 걷겠다”고 밝혔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열리는 마지막 정기국회 연설인 만큼 중도표심을 잡으려는 의도로 읽혔다. 그러나 총선을 겨냥한 전략적 포석에 따라 역사 교과서 국정화 등 전통적 보수층을 의식한 의제 또한 잊지 않았다.
김 대표는 이날 원고지 76장 분량의 연설문에서 ‘개혁’이란 단어를 71번이나 입에 올렸다. 특히 김 대표는 “포용적 보수, 서민적 보수, 도덕적 보수, 책임지는 보수의 길로 나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유승민 전 원내대표 역시 4월 ‘신보수선언’을 천명한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로 당 노선의 ‘좌클릭’을 강조한 바 있다. 김 대표의 연설은 유 전 원내대표와 같은 파격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그간 새누리당이 견지해온 노선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김 대표는 연설에서 박근혜 정부의 하반기 국정과제인 노동개혁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김 대표는 “노동개혁은 모든 개혁의 기초”라며 “개혁의 성패가 나라와 국민의 운명을 가른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을 비판하면서 ‘관치금융 개혁’도 역설했다. 김 대표는 “금융개혁은 정부와 정치권의 낙하산인사와 경영간섭으로 대표되는 관치금융 해소에서 출발해야 한다”면서 “금융당국이 ‘고비용-저효율’ 구조의 개혁에 주저할 경우 국제경쟁력은 계속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서민금융을 위해 연 10%대의 중금리 대출을 취급하는 서민금융전담기관 설립을 제안했다.
김 대표는 “4대 개혁이 국민적인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재벌개혁도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며 ‘재벌개혁’을 거론했으나 그 범위와 방향은 야당과 거리를 뒀다. 그는 “그렇다고 반기업정책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은 뒤 “후진적인 지배구조와 시장지배력 남용, 불공정거래를 통해 불법적으로 또는 편법적으로 부를 쌓는 재벌들의 행위가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야당은 물론 당내에서도 유 전 원내대표 등이 주장해온 법인세 정상화 등은 거론하지 않았다.
정치분야의 개혁은 ‘국민공천제’로 이름 붙여 추진중인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재차 거론하며 “정당민주주의의 완결판”이라고 강조했다. 야당에는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위한 양당 대표회담을 제안했다.
김 대표는 그러나 ‘개혁’을 수십 차례 언급하면서 곳곳에서 보수적 시각을 드러냈다. 학계에서 “역사 교육을 독재국가 시절로 회귀시킨다”며 거세게 반대하고 있는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 추진 의지를 재차 밝힌 게 대표적이다. 노동조합과 관련해서도 “대기업 정규직 강성노조가 많이 포함된 민주노총은 노사정위 참여도 거부하고 파업을 일삼으면서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만 골몰한다”고 말했다. 연설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선 조선업종 노조연대의 공동파업을 거론하며 “CNN에 연일 쇠파이프가 보도되는데 어느 나라가 투자하겠느냐”며 “노조가 우리 사회 발전에 끼친 패악은 엄청나다. (노조가 아니었으면) 우리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대표의 연설에 대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극우적이고 수구적 연설”이라며 “재벌개혁의 수준도 빈약하고 구체성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오픈 프라이머리 회담’ 제안에 대해선 “권역별 비례대표제,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 배분 등으로 의제를 넓힌다면 언제든 응하겠다”고 화답했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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