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성향… 황 장관 꼼꼼" 운운
13년간 교정봉사 해 온 공씨 해촉
공씨 "북한서나 벌어질 일" 비판
천주교 측 "봉사자에 대한 무례"
법무부가 13년간 사형수를 면회하는 교정봉사를 해 온 소설가 공지영(52)씨를 교정위원에서 돌연 해촉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담당자들이 평소 정권에 대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공씨의 ‘정치적 성향’을 운운해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공씨는 본보와 통화에서 “최근 교정위원에 재위촉 되지 못했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정치적 성향이 이유라는데 명백한 인권 후퇴이자 사상검열에 해당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교정위원은 법무부장관의 위촉을 받아 교도소, 구치소 등에서 수형자 교화활동에 참여하는 민간 자원봉사자로 전국 4,676명 규모다. 공씨는 2003년부터 봉사했고 사형수를 소재로 한 장편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펴내 사형제 찬반 논의를 촉발시키기도 했다.
법무부 교정본부는 올 3월 3년 임기의 위원들을 재위촉하는 과정에서 공씨를 제외하고 위원 명단을 다시 작성하도록 천주교 서울대교구와 서울구치소 측에 요구했고,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가 이에 반발해 지난달 공씨에 대한 재위촉을 요청하자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장인 김성은 신부는 “법무부에서 ‘공 작가가 정치적 성향 때문에 위원에서 탈락할 것 같으니 명단에서 빼달라’는 말을 들었다”며 “그래도 우선 올려보는 게 어떠냐고 묻자 ‘황교안 (당시) 장관이 매우 꼼꼼해 어려울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또 “하반기(9월)에는 재위촉하겠다는 말을 듣고 기다렸는데, 담당자들이 서로 책임을 미루며 ‘정치적 성향이 강한 분은 위원에서 배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답변만 내놓다 결국 최종 불가 통보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재위촉을 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지역사회 신망, 자질, 능력, 실적 등을 종합해 위원을 위촉하도록 한 교정위원 운영지침에 따른 것일 뿐”이라는 답변을 거듭했다.
공씨는 “실무자들이 오히려 사형수 문제를 상의해 올 만큼 가톨릭 봉사자들이 노력하고 있는데, 정권이 그토록 비판하는 북한에서나 벌어질 법한 일이 벌어졌다”며 “제게 정치적 성향이 있다면 그건 가난하고 고통 당하는 사람들의 편이라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공씨는 현재 다음 작품 준비 차 스위스에서 머무르며 피정(避靜: 수도원 등에서 묵상ㆍ기도하는 일) 중으로, 귀국하는 대로 서울대교구 측과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김 신부는 “10년 넘게 애쓴 봉사자에게 법무부가 표창장을 줘도 모자랄 판에, 개인 신념을 이유로 위촉을 배제한다는 것은 좌시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45년간 노력해온 전체 봉사자들에 대한 무례"라고 꼬집었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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