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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블록버스터 틈바구니서 숨죽인 다양성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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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블록버스터 틈바구니서 숨죽인 다양성영화

입력
2015.09.02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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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 중인 프랑스영화 ‘미라클 벨리에’는 오래 전부터 영화업계의 흥행 기대주였다. 청각장애인 부모 아래에서 태어난 소녀가 자신의 가창력을 발견한 뒤 꿈을 위해 장애인 부모를 떠나는 눈물 어린 내용을 적절한 유머와 함께 전하는 영화라 흥행 잠재력이 컸다. 지난달 27일 개봉해 2일까지 6만9,865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이 관람했다. 다양성영화 중 일일 흥행순위 1위이지만 기대에는 못 미치고 있다.

올해 여름시장에서 한국영화 ‘암살’과 ‘베테랑’이 흥행 바통을 주고 받으며 나란히 1,000만 관객 고지에 올라섰으나 다양성영화 시장은 숨죽인 모양새다. 대박이라는 수식이 붙을 영화가 거의 없다. 6~8월 개봉해 10만명 이상을 모은 영화는 ‘우먼 인 골드’(14만3,224명)와 ‘심야식당’(13만1,741명) 두 편에 불과하다.

다양성영화의 흥행 부진은 지난해 여름과 비교하면 분명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8월 개봉한 ‘비긴 어게인’은 같은 달에만 81만3,744명을 모았고 최종 관객이 342만8,500명에 이르렀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24만1,366명)과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23만7,219명)도 인상적인 흥행 결과를 남겼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수입한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14만 1,622명이라는 예상 밖 흥행으로 여러 영화제의 부러움을 샀다.

여름 블록버스터의 합동작전이 다양성영화를 궁지로 몰았다. 1,000만 영화 두 편이 여름 시장 사상 처음으로 동시에 등장하며 상업영화가 여느 해보다 극장가를 점령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609만4,689명)도 꺾이지 않는 흥행 위세를 보이며 다양성영화의 자리를 뺏었다. 한 영화수입사 대표는 “8월말이면 여름 대작들의 흥행 기세가 꺾이기 마련인데 올해는 다르다”며 “다양성영화가 스크린을 구하기 더 어려운 여름”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다양성영화의 흥행 성과에 따른 과도한 경쟁도 부진의 요인 중 하나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480만1,577명)와 ‘비긴 어게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77만8,493명) 등이 크게 흥행하며 ‘아트버스터’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다양성영화가 각광을 받자 국내영화계에 다양성영화 수입과 제작 붐이 일었다. 또 다른 영화수입사 대표는 “다양한 영화를 즐기고자 하는 관객들의 욕구는 여전히 강하다”면서도 “다양성영화들끼리의 경쟁이 워낙 치열해져 좋은 작품이라도 예전처럼 주목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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