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남도 연안군과 불과 2km 인접
北 조준타격 위협에 늘 조마조마
확성기 설치 11곳중 첫 이전요구에
국방부 "당장 뾰족한 해법 없는데…"
다른 지역도 반발 도미노 우려
북한과 가장 가까운 섬인 인천시 강화군 교동도의 주민들이 “대북 확성기를 다른 곳으로 옮겨달라”고 국방부에 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서부전선 화력도발의 진행과정에서 보듯 확성기에 대한 북한의 조준타격 위협 때문에 항상 불안하다는 게 주민들의 하소연이다. 확성기가 설치된 전방지역 11곳으로 이 같은 불안감이 확산될 경우 우리 군의 대북 심리전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 군 당국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대북 확성기, 주민 집단반발로 번지나
교동도 주민 100여명은 지난달 26일 국방부 장관 앞으로 탄원서를 보내 확성기의 타 지역 이전을 강력 요구했다. 주민들은 “국방부가 책임지고 확성기를 다른 곳으로 옮겨달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섬 주민 전체 명의로 탄원서를 또다시 제출해 반드시 우리의 요구를 관철시킬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확성기가 설치된 전방지역 11곳 가운데 주민들이 확성기 이전을 요구한 것은 처음이다. 휴전선을 따라 서쪽 끝 교동도에서부터 동쪽 끝 고성까지 11곳의 비무장지대 인근에 확성기를 설치해 놓은 군 당국은 지난달 4일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에 맞서 10일부터 확성기 방송을 재개해 25일 정오까지 하루 3차례, 10시간씩 방송을 해왔다. 8월25일 남북 고위급 접촉이 타결된 이후 방송은 중지된 상태다.
황해남도 연안군과 불과 2㎞ 떨어져 있는 교동도는 육안으로도 북한 땅이 보이는 지역으로 북한과 마주한 북쪽의 인사리에 확성기가 설치돼 있다. 유일하게 육지가 아닌 섬에 확성기를 설치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섬이 작다 보니 확성기보다 후방에 위치한 주민 거주지역에서도 대북 방송이 또렷하게 들려 주민들의 심리적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 교동도 주민들은 지난달 20일 북한이 서부전선에서 포격도발을 감행하자 황급하게 대피소로 이동하며 남북간 군사적 대치가 끝날 때까지 애를 태워야 했다.
‘안보 님비’와 ‘확성기 효과’의 딜렘마
이에 대북 심리전을 총괄하는 합참 민군작전부 심리전과는 교동도 주민들의 탄원서를 넘겨받아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당장은 뾰족한 해법이 없는 상황이다. 북한이 확성기 방송에 극도로 예민한 만큼 향후 활용할 대북 카드로 남겨둬야 하는데 주민들이 반발하면 북한이 도발해도 선뜻 방송을 재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교동도의 확성기를 다른 곳으로 옮기면 북한의 요구에 굴복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합참 관계자는 “확성기 이전 여부는 교동도 주민들의 안전과 대북 심리전 효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며 “주민들을 직접 만나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확성기 방송의 효과에 대한 군 수뇌부의 입장은 완고하다. 한민구 장관은 지난달 26일 국회 국방위에 출석해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면 대북 방송을 할 수 있는 것이냐”는 질의에 “그러한 조건을 갖고 (남북 합의문을) 썼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백승주 차관도 지난달 31일 일본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또 군사도발이 있으면 선전방송 재개뿐만 아니라 모든 수단으로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 큰 문제는 국방부가 교동도 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확성기가 설치된 다른 10개 지역 주민들의 연쇄 반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대북 확성기는 남북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붙는 상징성을 갖고 있어 교동도의 선례는 파급효과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앞서 서부전선 도발 당시 북한군이 발사한 고사포탄은 경기도 연천군 중면에 설치한 확성기에서 불과 1㎞ 정도 거리의 민가 근처 야산에 떨어져 주민들이 가슴을 쓸어 내리기도 했다. 국방 당국 관계자는 “교동도 주민들의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안보에서도 ‘님비(NIMBY)’현상이 번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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