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공사 "피난계단 갖춰 문제 없다"
소방전문가 "필요성 말할 나위 없다"
지난달 31일 운영을 개시한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 화재 등 대형 재난사고에 대비한 피난기구가 직원용 완강기 13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2020년 연 이용객 280만명을 내다보는 시설인 만큼 재난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일 부산항만공사와 항만소방서에 따르면 국제여객터미널의 소화ㆍ피난설비는 소화기ㆍ소화장치 766개, 스프링클러 1만3,747개, 피난계단 11곳, 피난기구(완강기) 13개 등이다.
이처럼 상당 규모의 소방설비와 비교해 피난기구가 턱없이 부족한 것은 관련법상 피난계단이 2개 이상이면 피난기구 설치 의무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피난기구의 화재안전기준(NFSC 301) 제5조에 따르면 복도에 2곳 이상 특별피난계단 또는 피난계단이 건축법 시행령에 적합하게 설치된 경우 피난기구를 설치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들이 설치한 완강기 13개는 국제여객터미널 3~4층에 입주한 사무실 직원용이다. 외부로 창이 통하는 사무실에는 완강기를 설치해준 것이다.
5층 건물인 국제여객터미널의 연면적은 7만8,723㎡로 항만공사 측은 평일 이용객을 평균 3,200명, 주말은 5,000~6,000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오는 2020년 연 이용객이 280만명으로 추산되는 만큼 화재 등의 사고는 자칫 대형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피난계단과 방화셔터가 설치돼 있다지만 화재사고는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의무 설치 대상은 아니지만 이용객 수를 감안하면 피난기구 필요성은 매우 크다”며 “예컨대 저층에서 발생한 화재 연기가 비상계단을 타고 올라오는 상황을 가정하면 현재 위치에서 즉시 탈출할 수 있는 완강기나 피난사다리, 승강식 피난기, 다수인피난장비 등 피난기구의 필요성은 말할 나위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부산항만공사 한 관계자는 “방화셔터와 재연시설, 소화설비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기 때문에 피난기구 추가 설치계획은 없다”며 “이용객이 많은 만큼 1명씩 대피하는 완강기는 대피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섭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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