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신분… 이달 중 수사 마무리
정준양(67) 전 포스코그룹 회장이 3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다. 지난 3월 13일 포스코건설 압수수색으로 수사가 시작된 지 거의 6개월 만이다. ‘국민기업 포스코의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명분 아래 진행된 수사가 마침내 끝내기 수순에 들어갔다. 수사 장기화로 재계를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비등했던 이번 수사는 포스코 밖 정ㆍ관계로 확대되지는 않았다.
포스코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3일 오전10시에 정 전 회장을 불러 조사한다고 1일 밝혔다. 이명박(MB)정부 초기인 2009년 2월 취임해 지난해 3월 물러난 그는 포스코를 둘러싸고 불거진 각종 비리 의혹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검찰은 우선 정 전 회장을 상대로 포스코의 대표적인 부실 인수합병(M&A) 사례로 꼽히는 ‘성진지오텍 특혜 인수 의혹’을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2010년 3월 산업은행-전정도(56ㆍ구속기소) 전 성진지오텍 회장과의 복잡한 3각 거래를 거쳐 성진지오텍 지분을 1,600억원에 인수했고, 그 결과 전씨는 295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인수 이후에도 전씨에게 최대 5년간 경영권을 보장해 주고, 공장 설비 임차료를 지급하는 등 특혜는 계속 됐다. 또, 성진지오텍에 대한 포스코 본사 차원의 감사에서 전씨의 비리가 적발됐는데도, 별도의 시정 조치 없이 흐지부지 마무리됐다. 검찰은 이러한 일들이 정 전 회장의 지시나 묵인 하에 벌어졌다고 보고 그에게 배임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검찰은 특히 성진지오텍 인수 당시 포스코가 그룹 차원의 투자검토 절차도 사실상 생략해 버린 사실을 확인, 정 전 회장의 ‘배임의 고의성’을 입증할 유력한 근거로 보고 있다.
포항 소재 건설사인 동양종합건설에 포스코의 해외공사를 몰아주는 데 정 전 회장이 관여했는지도 핵심 조사 대상이다. 배성로(60) 전 동양종건 회장은 정ㆍ관계에 포진한 대구경북(TK) 인사들, 특히 MB정부의 실세들을 정 전 회장과 연결해 주는 대가로 포스코에서 일감을 챙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동양종건이 따낸 850억원 규모 인도 사업과 관련, 애초에는 정 전 회장이 3,000억원대 공사 수주 특혜를 지시했다는 사실도 파악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정 전 회장과 배 전 회장은 통상적인 ‘갑을’ 관계가 아니라 ‘사업적 파트너’라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검찰은 또, 정 전 회장이 포스코의 거래업체인 코스틸에 자신의 인척 유모씨를 고문으로 앉혀 4억원대의 고문료를 받도록 했는지도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이와 관련, 정 전 회장의 배임수재 혐의 적용 여부도 검토 중이다.
정 전 회장 조사로 6개월에 걸친 포스코 수사는 이달 중 마무리될 전망이다. 검찰은 당초 그와 MB정권 실세 간의 유착 의혹도 파헤칠 계획이었으나, 정동화(64)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과 배 전 회장 등 핵심 인물의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면서 수사 동력이 급속히 떨어져 버렸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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