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신고시 과태료 등 한시 면제
탈세 등 형사처벌도 최대한 선처
다음달 1일부터 6개월간 시행
정부, 수천억대 세수 확보 기대
해외에 재산 또는 소득원이 있는데도 세금을 내지 않아온 기업이나 개인이 내년 3월말까지 자진신고를 하면 각종 가산세ㆍ과태료 면제 혜택을 받는다. 형사처벌에서도 최대한 선처를 받게 된다. 정부는 해외 재산ㆍ소득 자진신고를 통해 최대 수천억원의 세수를 더 늘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담화문을 발표하고 “지하경제 양성화와 성실납세 문화 확산을 위해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미신고 역외 소득ㆍ재산 자진신고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자신신고 대상자은 국내 거주자와 내국 법인이고, 신고와 관련하여 이미 조사 또는 수사를 받고 있거나 과세ㆍ처벌을 앞두고 있으면 신고할 수 없다. 외국과의 거래에서 발생했거나 외국에서 생긴 소득 또는 재산이 자진신고 대상이 된다.
자진신고 기간은 다음달 1일부터 내년 3월말까지이고, 각 지방국세청에서 신고를 받는다. 정식 신고 전에 신고 의사를 알리는 신고의향서를 제출할 수도 있고, 자신이 신고 자격이 되는지를 확인하려면 내년 1월 말까지 국세청에 심사를 요청할 수 있다.
이번에 자진신고를 하면 본세(원래 내야할 세금)와 납부불성실 가산세(1일당 0.03%)만 내면 되고, 무신고 가산세 등 기타 가산세 및 세법ㆍ외국환거래법상 과태료를 면제받는다. 예를 들어 A라는 법인이 2012년 해외에서 얻은 소득 10억원을 해외금융계좌에 숨겨 두고 있었다면, 이번에 신고를 할 경우 본세(법인세율 22%) 2억 2,000만원과 납부불성실 가산세 7,227만원 등 2억 9,227만원을 내면 된다. 그러나 자진신고를 안 하다가 과세당국에 적발되면 부정행위 가산세(8,800만원)에 해외금융계좌 과소신고 과태료(1억 2,000만원)를 더해 총 5억27만원을 물어야 한다.
정부는 이런 금전적 혜택에 더해 형사상 처벌 면제ㆍ감경도 해 주기로 했다. 선처를 받게 되는 죄는 탈세, 외국환거래 신고의무 위반, 재산 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ㆍ수수 등이다. 단 횡령이나 배임 등 중대 범죄에는 형사상 관용을 베풀지 않기로 했다. 자진신고자는 조세포탈범이나 해외금융계좌 신고위반자에 적용되는 명단 공개에서도 제외된다.
정부가 이렇게 각종 혜택을 주면서까지 해외 재산ㆍ소득 자진신고를 받으려는 것은 그만큼 세수 증대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중심으로 2002년 이후 15개국이 자진신고제를 실시해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며 “처벌이 두려워 세금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던 납세자를 제도권에 편입시켜 세입 기반을 확대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역외탈세 추징액이 2010년 5,019억원, 2012년 8,258억원, 지난해 1조2,179억원 등 매년 급증하는 것으로 볼 때, 신고되지 않은 해외 재산ㆍ소득 역시 매년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에 숨은 재산ㆍ소득의 전체 규모가 파악이 안 돼 정확한 추정은 어렵지만, 한국과 경제규모가 비슷한 호주가 지난해 이 제도 실시로 6억 호주달러(약 5,000억원) 세수를 늘린 것을 참조하면 최대 수천억원의 세금을 더 거둘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기재부는 “앞으로 미국 영국 등 50여개국과 금융계좌 잔액, 이자, 배당 등의 정보를 교환할 예정”이라며 “정부가 정보를 얻기 이전에 이번에 한해 스스로 위법행위를 바로잡을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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