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여성이 식민지배와 침략을 정당화하는 일본 우익 교과서 지지 활동을 회사가 강요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도쿄증시 1부에 상장된 부동산 대기업 후지주택에 14년째 근무중인 40대 재일한인 여성 A씨는 지난달 31일 오사카(大阪) 지방재판소 기시와다(岸和田) 지부에 제출한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회사가 우익 교과서 채택 촉진 활동을 사실상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1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A씨는 회사가 이쿠호샤(育鵬社) 중학교 교과서의 보급촉진 활동에 나설 것을 요구하는 문서를 회장 명의로 지난 5월 사원들에게 배포했다고 밝혔다. 이 문서에는 각지의 교육위원회가 이쿠호샤 교과서를 채택하도록 각 직원 주소지의 시장과 교육장들에게 편지를 쓰고, 각 교육위원회의 교과서 전시회에서 설문에 답하도록 촉구하는 내용이 적시됐다. 심지어 근무시간 중 편지작성 등을 해도 좋다는 문구도 적혀 있다.
이쿠호샤 역사 교과서는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전직 임원들이 편집한 책으로 교육현장에서 일본의 극우사관 확산을 꾀해왔다. 특히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암묵적 지지 아래 보급률을 높이는 실정이다. 지난 5월엔 아베 총리의 최측근인 에토 세이이치(衛藤晟一) 총리 보좌관이 이쿠호샤 교과서 채택을 위한 모임에 참석해 지지를 표명했다.
A씨는 또 헤이트스피치(혐오 발언)에 해당하는 차별적 표현이 포함된 사내 자료 때문에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회사가 2013년부터 중국, 한국을 비판하는 책과 잡지 기사, 그것들을 읽은 직원이 ‘한국, 중국의 국민성은 나도 정말 싫다’는 내용을 담아 작성한 감상문 등을 연일 회장 명의로 사원들에게 배포했다는 것이다. 감상문에는 “바보 같은 주부가 속아서 한국에 여행을 간다고 생각하니 불쾌하다”“재일한국인은 시민세도 소득세도 내지 않는다”라고 적혀있었으며 회장이 밑줄을 그어 강조한 부분도 있었다.
그는 회사가 배포한 문서에 대해 “거짓말이 만연하는 민족성 등 차별적 표현이 많았다”며 “나 같은 존재는 있을 곳이 없다”고 비통한 심정을 밝혔다. A씨는 회사측에 위자료로 3,300만엔(약 3억2,000만원)을 요구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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