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풀세트 가구는 고루한 느낌
색깔만 다른 의자들 믹스매치하면 개성있는 공간 연출 가능
좁은 침실·테라스 빈 공간에 작은 테이블·의자 두면 의외 효과
‘믹스 앤 매치’만큼 공허한 표현도 없다. ‘어떻게’ 또는 ‘무엇을’이라는 거대한 공백의 의문사가 우리를 압도하기 때문이다. 되는 대로 섞는다고 믹스 앤 매치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안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논어’의 가르침이 시각적으로 구현된 것, 다른 것들끼리 조화를 이루며 빚어내는 아름다움. 그게 믹스 앤 매치다. 그런데 어떻게? 무엇으로? 순환논법에 갇힌다.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에 아늑한 집안에 대한 갈망이 커진다. 지난 몇 년 사이 집의 의미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세상이 주는 불안과 일상에 지친 심신은 내밀한 개인의 힐링 공간으로 마침내 집을 부각시켰고, 그 욕구 사이로 북유럽 인테리어 디자인이 파고 들었다. 바깥보다 안을 애호하게 만드는 그 인테리어의 핵심에는 의자가 있다. “의자는 매우 어려운 물건이다. 차라리 마천루를 짓는 게 더 쉽다”고 독일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가 토로했던 바로 그 물건. 인간은 이 물건 없이는 서지도, 눕지도 않은 절충의 자세를 결코 유지할 수 없다. 의자는 신체의 일부로 확장된 가구다. 서기도, 눕기도 싫은 사색의 계절, 가을. 몸과 영혼을 동시에 의탁할 수 있는 의자들로 생활의 패턴을 바꿔보는 건 어떨까. 물론 믹스 앤 매치로!
‘같은 디자인, 다른 색깔’로 안전하게
테이블이 놓인 거실은 실내 공간의 포인트로 의자를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 공간이다. 식탁 테이블이든, 서재형 거실의 원목 테이블이든 세트 의자는 이제 식상하다. 탁 트인 공간감을 주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앉을 수 있는 벤치형 의자가 세트의 일부로 일반화했을 정도로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서로 다른 디자인과 색깔, 재질의 의자들을 감각적으로 매칭함으로써 테이블은 가장 생동감이 넘치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풀세트 가구의 고루함과 답답함에서 벗어나면서도 실패하지 않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바로 ‘같은 디자인, 다른 색깔’의 의자들을 구비하는 것. 색깔과 디자인과 재질을 의자의 3대 구성요소라고 할 때, 이 중 하나에만 변주를 가해야 난삽하거나 산만해지지 않는다. 이때 색깔이 가장 무난하게 다룰 수 있는 요소다. 다르더라도 일부는 비슷해야 한다는 원칙은 믹스 앤 매치에서 절대불변이므로, 원목 테이블에는 다리가 원목인 의자를 좌판 색깔만 달리하는 식으로 상호 공통점을 찾아 매치하는 게 좋다. 한샘 거실 소가구 상품기획 담당 최은지 MD는 “같은 디자인의 의자를 머스터드, 카멜, 그린 등 같은 톤의 컬러로 맞춰 믹스매치하면 개성 있는 공간 연출이 가능하면서도 잘 어울리는 하나의 세트가 된다”고 말했다.
이미 세트로 맞춰진 테이블과 의자가 있다면, 테이블 세로면의 빈 공간에 칼라 포인트 의자를 각각 끼워 넣어 변화를 줄 수 있다. 거실과 주방이 이어진 구조의 아파트 공간에 서재용 테이블과 식탁 테이블을 둘 다 두고 있다면, 한쪽에만 포인트를 살리는 것이 필수다. 세트 맞춤은 식탁에, 거실 원목에는 믹스 앤 매치 의자를 두는 게 효율이 높다.
색깔 변주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면, 재질과 디자인에 변화를 줘보자. 금속과 플라스틱, 원목, 패브릭, 가죽은 의외로 서로 잘 어울리는 재질이라 블랙이나 화이트, 베이지 등 중립적인 색조 안에서 움직이면 안정적이면서도 세련되게 공간을 꾸밀 수 있다.
편안함과 안락함이 중요한 화두인 만큼 테이블 의자도 둔부 전체를 감싸 안는 팔걸이 의자, 암체어가 급부상하고 있다. 확실히 앉았을 때 착석감이 일반 의자와는 비교할 수 없이 좋아 서재형 거실의 테이블 의자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추세다. 이때 의자의 넓이와 높이를 잘 계산하지 않으면 테이블 안에 의자가 다 들어가지 않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하자.
소파로는 부족해… 윙체어와 리클라이너
분명히 앉았는데 어느새 누워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당혹스러운 공간 소파. 무엇을 읽거나 쓰기에는 또 지나치게 푹신해서 점점 애물단지가 되어가는 가구다. 용도가 명확하지 않은 소파 대신 독서와 휴식 모두에 적합해 주목 받고 있는 의자가 있으니 윙체어와 리클라이너다. 등받이가 머리 높이까지 올라오는 윙체어는 부드럽게 흐르며 어깨를 감싸 안는 디자인으로 편안하면서도 견고하다. 푹 파묻히게 되는 푹신한 가죽쿠션보다는 약간 단단한 폼 소재로 만들어진 의자가 독서나 취미생활 용도에 잘 맞는다. 뒤로 완전히 젖혀져 거의 눕다시피 할 수 있는 가죽의자 리클라이너는 휴식에 방점이 찍힌다. 발받침까지 구비돼 있어 온몸의 무게를 의자에 실을 수 있고, 원하는 자세에 맞게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1인용 의자라 나만의 공간이라는 특별한 애착을 갖게 되는 이 의자들은 소파의 포인트 의자로 매치하면 공간이 풍요로워질 뿐 아니라 라운지 카페 같은 스타일리시한 느낌도 자아낼 수 있다. 소파가 패브릭이라면 비슷한 소재로 컬러만 다르게 하여 변화를 주는 게 좋다. 빨강이나 초록 등 포인트 칼라를 사용하거나 강렬한 패턴을 선택하면 공간에 액센트를 줄 수 있고, ‘흰 소파에 검정 윙체어’ 식으로 대조색을 사용하면 안정되면서도 세련된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
가죽소파에는 같은 가죽소재의 의자를 선택하거나 같은 색조의 패브릭 체어를 매치한다. 북유럽 가구 수입업체 이노메싸의 마재철 대표는 “소파의 다리나 팔걸이에 스틸소재가 들어갔다면 스틸이, 나무라면 나무소재가 가미된 의자를 고르는 것도 전체적으로 어울리는 의자를 선택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포근한 착석감과 따스한 색감이 매력인 패브릭 의자는 때가 타거나 음료를 흘리면 얼룩이 질 수 있어 선뜻 고르기가 망설여지지만, 요새는 방수ㆍ방오 처리된 패브릭 의자도 많이 나와 있다.
통로와 침실 한 켠에 나만의 휴식공간을
집은 실제 평수가 얼마든 언제나 좁게 느껴진다. 침실과 테라스는 ‘좁아서 안 된다’는 선입견을 버리고 작은 테이블과 의자를 배치했을 때 의외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공간이다. 고정식이 아닌 콤팩트한 사이즈의 접이식 의자를 배치하면 이국적인 분위기를 더하는 동시에 간단하게 차를 마시거나 독서를 즐길 수 있는 실용적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
하나의 작품처럼 공간을 채울 수 있는 디자인 체어는 복도 끝 벽이나 조명이 떨어지는 공간에 그림이나 조각품을 놓듯이 배치하면 오브제로 활용할 수도 있다. 긴 통로공간에 벤치를 두는 것도 새로운 공간 연출법이다. 까사미아 최해미 선임은 “수납박스를 하부에 두면 간이 수납공간으로 쓸 수 있고, 상부에는 물건을 올려놓거나 잠시 앉아 용무를 볼 수 있어 실용적”이라고 말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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