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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이주일 아들

입력
2015.09.0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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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친구 중에 코미디언 이주일과 닮은 애가 있었다. 말도 행동도 비슷했다. 덩치가 컸고, 재주를 피워도 여유가 있었다. 다들 ‘이주일 아들’이라 그랬다. 그 무렵 최고 인기 코미디언이 이주일이었다. 정작, 그 분은 대통령을 닮았다는 이유로 한동안 본의 아닌 언더그라운드 활동을 했었다. 허나 그 친구는 적어도 학교에선 오버그라운드의 마스터였다. 다들 진짜 이주일 아들이라 믿었고, 당사자마저 그렇다고 인정했다. 이주일 선생이 잠깐 무소식일 때 아버지 뭐 하시냐 물으면 지방공연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대꾸하곤 했다. 내가 보기에, 그 모든 동갑내기 꼬마 중 제일 어른이었다. 그 친구를 내심 좋아했었지만, 별로 친하게 지내지는 못했다. 이주일 아들이 아니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으나, 그래도 걔가 이주일 아들이 아니라는 건 인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동네 야구를 하면 포수 마스크를 썼는데, 그 폼이 참 너그러웠었다. 몇 번 전학 끝에 고등학교 때에도 동창이 되었다. 따로 친하게 지내 적은 없다. 미술부 대장이었다는 건 안다. 크고 우람하고 멋대가리는 없어도 힘 좋은 그림을 그렸었다. 아직 살아있는지 모르겠다. 성은 이씨였다. 이주일 선생은 본래 정(鄭)씨지만, 그래도 그 친군 지금도 내겐 여전히 이주일 아들이다. 뭔가 보여드리겠다고 작정하고 말한 적은 없더라도, 존재 자체가 늘 뭔가 보여주고 있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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